김치현 키움 단장은 29일 오후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23일)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만나서 인사 잠깐 나눴다. 계속 (징계 수위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25일 밤에 연락이 와서 '본인 때문에 구단이나 많은 분께 부담을 드려서 죄송하다'면서 '시간을 주세요'라고 하더라. 느낌이 어떤 건지 왔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3회 적발 이력에도 불구하고 KBO 리그 복귀를 준비했던 강정호는 이날 오후 스스로 뜻을 접었다. 개인 SNS를 통해서 '긴 고민 끝에 조금 전 히어로즈에 연락드려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며 '야구팬 여러분들과 KBO 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동료들에게 짐이 되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받은 모든 관계자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25일 밤 '시간을 달라'고 했던 강정호는 28일 구단에 다시 연락했다. 김 단장은 "어젯밤에 연락이 와서 오늘 이러한 내용(복귀 자진 철회)을 발표할 거라는 얘길 하더라. 발표 10분 전쯤에 글을 올릴 거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징계 수위를 놓고 구단과 선수의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구단의 자체 징계 수위를 미리 알고 선수가 복귀 의사를 접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강정호는 피츠버그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4%의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 과정에서 넥센 시절 두 차례 구단 미보고 음주운전 사고가 있었던 게 확인돼 논란이 커졌다. 당시 KBO는 강정호의 소속(메이저리그)을 고려해 즉각 징계 과정을 밟지 않았다.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좁아진 입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국내 복귀를 택했다.
지난달 25일 뒤늦게 KBO 상벌위원회가 열렸고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가 내려졌다. 예상보다 '낮은' 징계가 나오면서 강정호는 지난 5일 입국 후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다. 첫 시즌 연봉 반납부터 유소년 야구 재능 기부 등 다양한 애길 꺼냈지만, 여론이 최악으로 흘러갔다. 결국 고심 끝에 복귀 의사를 접었다.
강정호는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어떤 길을 걷게 되던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또한 봉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