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코로나19로 위축된 환경 속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광군제(11월 11일)와 함께 중국의 양대 쇼핑축제로 불리는 '618 쇼핑축제'에서 럭셔리 라인을 중심으로 큰 성과를 거둔 LG생활건강은 국내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2차 지원에 나섰다. 지난 2~4월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6월 들어 가맹점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제2 광군제서 '대박'
618 쇼핑축제는 중국 내 상반기 온라인 최대 쇼핑 행사로 꼽힌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약 3주 동안 열린 행사에는 징둥닷컴을 비롯해 알리바바그룹 티몰과 타오바오, 톈마오 등 전자 상거래 플랫폼이 대거 참여했다. 업계는 그동안 참았던 중국발 코로나19 보복소비가 이뤄질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었다. K뷰티는 물론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이 쇼핑축제에 총력을 쏟은 이유다.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후' '숨' '오휘' '빌리프' 'VDL' 등 LG생건을 대표하는 5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188% 신장했다.
가장 높은 성장을 기록한 브랜드는 오휘였다. 인기 제품인 '더 퍼스트' 세트가 4만9000 세트나 팔려나가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오휘는 '왕훙(소셜미디어 유명 인사)'들이 참여한 라이브방송에서 더 퍼스트 세트의 인기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빌리프(128%)와 숨(24%) 등 럭셔리 라인은 물론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CNP'도 전년 대비 509% 증가했다.
LG생건에 가장 큰 미소를 안겨준 브랜드는 후였다. 지난해 대비 182% 늘었다. 특히 인기 제품인 '천기단화현' 세트는 10만3000세트가 판매되며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천기단화현은 후의 기초 스킨케어 제품 중에서도 인기가 많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방 성분을 배합한 궁중처방 '천기비단'을 바탕으로 '산삼옥주', '녹용분골' 등의 원료가 담겼다. 가격이 1540위안(약 26만원)에 달하지만 갈수록 천기단화현 세트를 찾는 이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LG생건의 설명이다.
LG생건 관계자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활성화한 라이브 커머스 등 온라인 전략에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비단 LG생건만 함박웃음을 지은 것은 아니다. 애경산업은 대표 브랜드 '에이지트웨니스'의 '에센스 커버 팩트'가 티몰 비비크림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는 티몰 글로벌, 티몰 내수관, 징동닷컴 등 3개 쇼핑몰에서 클렌징폼 판매량이 지난해 행사 대비 180% 늘었다.
이례적인 가맹점주 2차 지원 '눈길'
LG생건은 거둔 만큼 나눈다. 지난 15일 코로나19에 따른 가맹점주 2차 지원안을 내놨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이 지속하자 7월 매장 월세의 50%를 한 차례 더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무더위와 바캉스 시즌이 섞인 7~8월이 뷰티 업계 비수기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전언이다.
대상은 LG생건에서 운영 중인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 500여 개 매장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코로나19가 예상외로 장기화하고 있다. 화장품 판매 비수기인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더욱 시름이 깊어질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3월에 이어 월세를 지원하게 됐다"며 "힘든 시기에 용기를 잃지 않고 위기를 함께 극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LG생건은 지난 3월에도 방문판매 화장품 대리점과 생활용품대리점, 음료 대리점 등의 직원 인건비 약 8억원을 지원했다. 또 특별재난지역인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재난 취약계층에 치약과 칫솔, 생활용품 등 72억원(원가 기준) 상당의 물품을 기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진 3~4월에는 LG생건 외에도 타 뷰티 기업들의 지원안이 이어졌다. 그러나 안정세를 찾은 6월 들어 또다시 신규 지원안을 내놓은 곳은 LG생건 외에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LG생건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을 계속한다. 최근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중학생들에게 생활습관이나 진로 과목을 강의하는 '빌려쓰는 지구스쿨(빌쓰지) 라이브 클래스'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LG생건의 사회공헌활동인 빌쓰지는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자유학기제 협약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청소년 습관·진로 융합교육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교육이 어려워지자 유튜브 생방송으로 수업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꿨다.
LG생건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온라인으로 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기여서 유튜브 빌쓰지 클래스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어두운 2분기 실적 전망…'반전' 가능할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LG생건의 상황도 예전만 못하다.
DB금융투자는 지난 24일 LG생건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7943억원과 2851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 5.5%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면세점 판매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20년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나쁘지 않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LG생건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사이의 여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2분기 면세점에서 판매가 1분기보다 축소될 것"이라면서도 "국내 화장품 업체 가운데 중국 온·오프라인 모든 채널에서 수요 대응이 가장 빠르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업체인 만큼 중장기적 성장 방향성은 견고하다"고 내다봤다.
전 연구원에 따르면 LG생건의 2020년 매출은 8조1660억원, 영업이익 1조2300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19년보다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4.5% 증가하는 것이다.
면세점 실적이 부진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생활용품부문에서 코로나19 관련 위생용품 판매가 증가해 면세점의 부진을 일부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저성장 시대의 소비시장에서는 눈앞의 실적보다 회사가 미래에도 지속해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브랜드력을 지니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LG생건에 높은 점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