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데뷔 첫 현대家 더비를 앞두고 있는 전북 조규성. 그는 24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에 대한 담담한 각오를 드러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어떻게든 골이 들어가더라고요. 경기장 안에서 뛸 때나 밖에서 있을 때나, 비기고 있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어요."
녹색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시즌, 디펜딩 챔피언이자 K리그1 우승 후보인 전북 현대라는 팀에 적응해가고 있는 조규성(22)이 느낀 전북의 저력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 K리그1 부동의 1강으로 군림해 온 전북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라이벌' 울산 현대와 유례 없이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엎치락 뒤치락 순위가 바뀌는 치열한 싸움에서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점한 쪽은 전북. 그러나 현재 7승1패(승점21)로 1위에 올라있는 전북과 6승2무(승점20)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2위 울산의 승점 차는 불과 1점에 불과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두 팀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28일 울산 문수경기장에 축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모기업의 이름을 따 '현대가(家) 더비'로도 불리는 두 팀의 대결은 언제나 치열했다. 언제나 소위 말하는 승점 6점 짜리 경기였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전북이 치고 나가거나 울산이 뒤집을 수도 있고, 1점 차 결과가 유지될 수도 있는 만큼 경기 결과에 쏠리는 관심은 지대하다. 선수들끼리도 1위 싸움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이번 경기를 두고 농담처럼 '결승 1차전'이라는 말이 오고 갈 정도다. 울산전을 앞둔 선수들의 분위기, 그리고 처음으로 '현대가 더비'를 경험하게 되는 조규성의 각오가 궁금했다. 조규성은 24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광주전 때도 그랬고 언제나 그렇지만, 그저 매 주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는 분위기"라며 "6월 마지막 경기니까 7월 넘어가기 전에 울산을 이기고 가자는 느낌"이라는, 다소 담담한 답변을 내놨다.
지난달 24일 대구와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는 조규성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1위를 다투는 라이벌인 만큼 경계심은 당연히 존재한다. 조규성은 "우리 경기와 겹치지 않으면 울산 경기를 거의 챙겨보고 있다. 울산은 조직력이나 공격적인 부분이 매우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한 뒤 "강팀은 강팀이다, 싶었던 게 비길 경기도 이기고 질 경기도 이기더라. 많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8경기 19골(4실점)로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인 울산의 막강한 공격력은 이들을 막아야 하는 수비진은 물론이고 전북의 공격수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조규성은 "울산이 골을 많이 넣긴 했지만 우리도 팀적인 부분에서 좋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난 시즌까지 K리그2 FC 안양에서 뛰었던 조규성은 이동국(41)의 뒤를 이을 전북의 '젊은 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적은 8라운드까지 6경기 출전 1골. 본인 스스로도 "초반 적응하지 못했을 때 어려웠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아무래도 공격수니까 결과를 만들고 싶은데 슈팅 기회나 골을 만들고 싶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다.
이동국과 벨트비크(29) 등 공격 자원들과 공존하기 위해 최근 측면 자원으로 기용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어색한 포지션에서 뛰다 보니 적응에도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다. 조규성도 "측면으로 서는 건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인데, 프로 세계이다 보니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아무래도 맡았던 포지션인 최전방이 가장 편하긴 한데 지금은 어느 포지션이든 믿음을 주고 뛰게 해주셔서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달 수원전 볼경합을 펼치고 있는 조규성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라이스 감독은 조규성을 측면에 세우는 부분에 대해 얘기하면서 레알 마드리드 수석코치 시절 알바로 모라타(28)의 이름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 곤살로 이과인이라는 주전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에 모라타를 잘 활용하지 못해 측면에 기용했다. 전북에도 좋은 공격수가 많은 가운데 측면까지 볼 능력이 있는 조규성이 모라타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규성은 "처음 훈련할 때 1군에서 같이 하려면 (이)동국이 형도 있고 벨트비크도 있으니 다른 포지션에 서야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적응하는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감독님께서 계속 기용해주시면서 믿음을 주고 계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A급 지도자 수업 참가를 위해 지난 2경기 동안 자리를 비웠던 이동국이 복귀한 만큼, 조규성의 울산전 선발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래도 처음 맞이하는 현대가 더비인 만큼 각오를 묻자, 조규성은 웃으면서 "하던 대로, 평소대로 하는 게 가장 좋다"는 답을 내놨다. "울산전이니까 조금 더 잘 준비해야지, 그런 생각보다 그저 매주 최선을 다할 뿐이다. 상대가 울산이라고 해서 다른 팀들과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겠다"는 게 조규성의 각오였다.
'하던 대로 하자'는 각오를 뒷받침하고 있는 건 전북이라는 팀의 '강함'이다. 조규성은 "경기장에서 뛸 때나 벤치로 나갔을 때나, 우리 팀은 비기고 있어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랑 할 때도 '이 상황에서 골을 어떻게 넣을까' 그랬는데 정말 어떻게든 들어가더라. 신기했다"고 얘기한 조규성은 "개막전 때만 해도 리그 첫 경기니까 전북의 그런 느낌을 몰랐다. 동국이 형과 교체돼 벤치에서 지켜보면서 '오늘 정말 골 넣을 루트가 없다. 어떻게 넣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너킥으로 동국이 형이 골을 넣는 걸 보고 '이렇게도 들어가는구나' 하고 크게 놀랐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놀란 조규성과 달리 다른 팀 동료들은 덤덤하게 '아, 넣었구나' 하는 반응이었단다. 조규성은 "이게 이 팀에선 당연한 거구나, 하고 그 때 깨달았다. 그리고 나도 이제 점점 더 그런 분위기에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이긴다는 자신감, 어떤 상황에서도 이긴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전북이 강팀인 이유"라고 덧붙여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