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와 두산의 경기가 3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KT 로하스가 5회말 두산 선발 이용찬을 상대로 좌월 1점 홈런을 날리고 기뻐 하고있다.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06.03. 성적도 좋고, 태도도 좋다. 로하스 멜 주니어(30·KT)가 모범 외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로하스는 2020시즌 25경기에서 타율 0.417(103타수 43안타)·26타점·8홈런·OPS 1.198을 기록했다. 전 부분 상위권이다. 지난달 23일 LG전에서는 좌우 타석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역대 세 번째 진기록. 자세가 무너진 채로 잠실구장 담장을 넘기는 괴력을 보여줬다. 3일 열린 두산전에서는 커브를 밀어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두산 외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타격 부문 1위, LG 새 외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는 홈런 1위다. 두 선수는 KBO 리그 입성이 1~2년에 불과하다. 로하스는 2017시즌부터 네 시즌 째 뛰고 있는 장수 용병. 상대 팀이 수집하고 분석한 누적 데이터가 훨씬 많다. 이 점을 감안해서 현재 기록에 가치를 매겨야 한다.
2일 맞대결에서 로하스에게 홈런을 맞은 두산 투수 유희관은 "내 공을 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로하스가 KBO 리그에서 몇 시즌 째 뛰면서 잘 적응했고, 타격도 더 정교해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로하스도 "상대 분석이 강화된 만큼 나도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어느새 통산 100홈런까지 한 자릿수만 남겨둔 외인. 적응과 노력의 결과다.
프로야구 KT와 두산의 경기가 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KT 로하스가 6회말 두산 선발 유희관으로 부터 좌월 2점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있다.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06.02. 회의적인 시선도 지웠다.
현재 로하스는 근육 부상으로 이탈했던 유한준의 타순에 대신 나서고 있다. 4번 타자다. 그동안은 4번보다 3번이나 5번을 선호했다. 성적이 나쁘진 않다. 4번 타자로 나섰을 때 타율 0.302·24홈런을 기록했다. 거부감은 아니다. 부담감 수준이다. 벤치가 배려해줬다.
그러나 유한준과 강백호가 차례로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4번을 맡을 선수는 로하스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5월 이후 오랜만에 타선 중심에 섰다. 우려도 있었지만 부침 없이 적응했다. 홈런은 5번으로 나설 때보다 더 많이 쳤다. 타점 생산도 좋다. 변수가 많은 시즌이다. 선수 출전, 타순 변경 모두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로하스가 이강철 감독의 선택 폭을 넓혀줬다. 이 감독도 수차례 외인 선수를 향해 고맙다는 표현을 했다.
슬로우스타터 이미지도 지운 모양새다. 개막 25경기 기준으로 2018, 2019시즌보다 성적이 훨씬 좋다. 코로나19 여파 탓에 귀국 뒤 자가격리(2주) 기간도 가졌지만, 컨디션을 잘 관리했다.
선수는 "예년에는 날씨가 추워서 배트 그립감이 좋지 않았고, 초반 경기력이 안 좋았다. 올 시즌은 따뜻한 날씨에 개막한 덕분에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은 리그 다른 타자들도 같은 조건. 의외로 타고투저 현상이 나온 이유로 볼 수 있다.
현재 로하스는 리그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남보다 더 준비를 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타격 코치와 몸쪽 공 대처와 스윙 궤도에 대해 상의한 게 도움이 됐다"고도 전했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 집중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태도도 나아졌다. 로하스는 KT와 재계약을 하며 야수로서 수비 능력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9시즌에는 벌크업 탓에 수비 범위가 좁아졌다. 선상 타구의 결과를 확인한다고 베이스로 늦게 뛰며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도 보였다. 올 시즌은 주로 우익수로 나선다. 집중력도 파이팅도 좋은 편이다. 때로는 팀을 위해 지명타자 대신 포지션 플레이어 출전을 자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