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선영(43)과 김영민(48)이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박해준만큼이나 치열한 연기로 신드롬 열풍에 가세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 전국 28.4%, 수도권 31.7%(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찍으며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극 중 박선영(고예림)·김영민(손제혁) 부부의 슬픈 결말은 무척이나 안타까웠지만 현실적이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남편의 이혼으로 인한 배신의 상처는 끝내 회복되지 못했고 아내의 홀로서기가 엔딩을 장식했다. 박선영과 김영민은 실제 모두 기혼자. 이 결말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런 결말 덕분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현실을 돌이켜볼 수 있게끔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서로의 호흡에 대해 "너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끈끈한 믿음과 신뢰 속 연기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부부의 세계' 속 고예림·손제혁과 아직 이별하지 못한 두 사람과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종영 소감은.
박선영(이하 박)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치열하게 연기해 결과까지 좋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이 드라마를 통해 많이 배우고 깨닫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신드롬 열풍에) 얼떨떨하다. 시청자분들께 감사하다."
김영민(이하 김) "이런 시청률이 나올 줄 몰랐다. 첫 대본 리딩 때부터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까지는 상상도 못 했다. 좋은 작품으로 기대했는데 시청률도 잘 나와 감사할 따름이다."
-가족이나 지인들 반응은 어땠나.
박 "사실 드라마 찍으면서 코로나19 때문에 더 조심했다. 촬영 외에는 거의 격리 상태로 지내 실감을 잘 못했는데 주변에서 열렬하게 반응해주더라. 남편도 드라마를 너무 잘 만든 것 같다고 응원해줬다."
-시청률의 요정이 아닌가.
김 "전작 tvN '사랑의 불시착'과 '부부의 세계' 촬영 기간 중 일부 겹쳤던 부분이 있다. '사랑의 불시착'이 잘 되고 '부부의 세계'까지 잘 되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운이 제일 좋은 배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두 작품 모두 잘 되어 어깨에 힘 들어갈까 걱정하며 채찍질을 하고 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좋은 팀을 만나 작품이 잘 된 것이다."
-결국 고예림과 손제혁은 헤어졌다. 결말에 대한 공감은.
박 "처음부터 예림이는 마지막 지점을 향해 가는 거나 다름없었다. 홀로서기까지 이 여자가 겪는 상처와 아픔, 고통, 성장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아마 현실이라면 지선우처럼 단호하고 극단적인 행동파보다는 고예림처럼 힘든 시간을 견디며 결말을 맞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이 간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결국은 자기 자신을 찾아 홀로 서지 않았나. 그런 예림이가 좋다. 주변에서도 최후의 승자라고 하더라."
김 "마지막 장면을 보니 박선영 배우는 정말 고예림 그 자체였다. 사랑하는데 용서가 안 돼 자꾸 생각이 난다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붙잡을 수 없는 손제혁도 그렇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파트너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 "연기적으로 박선영 배우와 호흡이 잘 맞았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밝은 사람이었다. 편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게끔 배려해줘 고마웠다."
박 "김영민 선배님이 워낙 연기를 잘하지 않나.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정말 중요한데 어떻게 해도 다 받아줄 거란 믿음 같은 게 있었다. 촬영 전엔 세상 좋은 오빠인데 촬영만 시작하면 아주 미웠다. 그래서 현장에서 등짝도 많이 때리고.(웃음) 엄청 구박하곤 했다."
-김희애와 밀착 호흡을 했다.
박 "진심으로 존경한다. '김희애가 아니면 이거 누가 해?'란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로망이자 롤모델 같은 분이다. 현장에서도 늘 완벽하고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때론 정말 소녀 같다."
김 "김희애 선배님은 마지막까지 연기를 잘하더라. 16회의 역사가 보이는 연기를 했다. 에너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할 텐데 중간에 더 깊이 있게 만들고, 더 밀도 있게 만들더라. 얼마나 많은 생각과 노력, 자기희생이 있었을까 싶다. 그것에 대한 위대함을 느꼈다. 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한 것도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완벽 그 이상의 완벽'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오뚝이'란 별명을 얻은 김희애와의 베드신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김 "비록 난 편집상 오뚝이가 됐지만 그 모습 자체가 손제혁 같았다. 손제혁이란 인물 자체가 '부부의 세계'에서 잠시 호흡을 쉬어가는 인물이기도 했다. 물론 무작정 재미가 있거나 코믹하게 하면 안 됐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선을 잘 타야 했는데 그 장면 같은 경우 손제혁의 캐릭터도 보이고 작품의 전체적인 질감도 보였다. 찍기 전에 정말 걱정이 많았다. 서로를 이기려고 기싸움을 벌이는 잠자리이지 않았나. 그런데 김희애 선배님이 너무 잘 표현해줘서 한 방에 풀렸고 실제 방송에도 잘 나온 것 같다."
-박해준과의 지질한 브로맨스도 돋보였다.
김 "술집에서 티격태격하는 신은 지질이의 합체였다.(웃음) 그래서 그런지 시너지가 많이 난 것 같다. 해준이를 높게 평가한다. 이번에 작품 하면서 댓글을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이태오 역할을 잘 소화했다. 이태오만의 희로애락을 잘 표현한 것 같다. 평소 털털하고 장난기도 많은데 작품을 바라보는 해석이나 철학, 극의 인물이 됐다 빠져나왔다를 자유자재로 잘하는 배우다."
-막장 드라마란 편견 속에서 벗어나 호평을 이끌었다.
김 "인물들의 심리가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BBC 원작 '닥터 포스터'를 봤다. 제목처럼 주인공 한 인물의 심리를 중심적으로 다뤘는데 우린 확장된 면이 컸다. 지선우 이태오 부부, 고예림 손제혁 부부 여기에 병원 안의 관계 등을 다루며 모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연출의 힘까지 받으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부부의 세계'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얼마나 공감했나.
박 "이 작품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의 사랑과 욕망, 배신, 복수 그야말로 바닥까지 보여준다. 부부라는 게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지 않나. 결국 우리의 이야기다. '우리는 어떤 부부일까?' '어떤 부부가 되어야 할까?' '어떤 인간이어야 할까?' 등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모완일 감독과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나.
박 "인물의 심리를 탁월하게 끌어내고 그걸 긴장감 넘치게 만들더라. 전작('미스티')을 보고 꼭 같이 해보고 싶었다. 항상 유쾌하고 유머 있고 젠틀하지만 냉철한 카리스마가 넘친다. 모완일 감독님은 천재 같다. 근데 아가 같이 눈물이 많기도 하다. 다시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 그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안의 특별한 비결이 있나.
김 "손제혁처럼 약간 덜 떨어져서 그렇다.(웃음) 사실 공연할 때 다른 친구들보다 어려 보인다는 얘길 많이 들어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 제한을 받았다.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콤플렉스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동안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집에서 팩을 자주 하려고 한다. 1일 1팩이 목표지만 습관이 되지 않아 어렵더라. 일주일에 2~3번이라도 하려고 한다."
-드라마 외에 실제 박선영의 모습은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박 "모두가 하는 SNS도 안 하지만 잘 못하기도 한다. 드라마 잘돼 여러 예능에서 러브콜이 왔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더라. 나갔다가 재미없어서 '핵노잼'이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부터 됐다. 그래서 작품에만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요즘은 그러면 안 된다고 매니저한테 구박받고 있는데 사람이 변하기는 쉽지 않다."
-취미 생활은.
박 "시간 나면 여행 가고 맛집을 찾아간다. 먹은 만큼 운동을 열심히 한다. 건강하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요즘은 뭔가를 하나씩 배우려고 한다. 리스트에 할 것이 너무 많다. 시간이 없다."
김 "원래 작품 끝나면 전작을 털어내기 위해 잠깐이라도 여행을 가곤 하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나만의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코로나 청정지역인 집에서 영화를 본다든지, 드라마를 몰아봐야 할 것 같다.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하반기 계획은.
김 "JTBC 새 수목극 '사생활'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될 것 같다. 빌런 역할이다. 많은 걸 얻기 위해 남의 사생활을 짓밟는 역할이다. 전체적인 촬영은 시작했고 나도 곧 촬영에 들어간다. 9월쯤 첫 방송이 되는데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박 "좋은 모습으로 곧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 아마 오래는 안 걸릴 것 같다.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돌아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JTBC 스튜디오, 매니지먼트 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