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시작한 K리그 구단들이 고민에 빠졌다. 무사히 시즌은 시작했지만,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와 무관중 경기로 인해 시즌권 환불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K리그1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0시즌 일정에 돌입한 K리그는 1, 2부 모두 평소에 비해 경기 수를 대폭 줄였다. 당초 개막하려던 날짜에 비해 두 달 넘게 일정이 미뤄진 탓에 K리그1은 정규리그 22경기에 파이널 라운드 5경기, K리그2는 정규리그 27경기로 치러진다. 시즌권 문제는 여기서부터 이미 한 번 꼬였다. 시즌권 가격은 한 시즌 38경기 중 홈 18~19경기를 기준으로 책정된 만큼, 줄어든 경기 수에 대한 환불이나 보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7경기 중 무관중 경기의 비중이 어떻게 될 지도 미지수라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유관중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좌석간 간격을 두다보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해진다. 구단들이 시즌권 환불 기준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시즌 종료 후 미관람 경기 수가 확정되면 이를 기준으로 환불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속속 시즌권 보상 관련 공지를 올린 대부분의 K리그 구단들이 미관람 경기 수 비율에 따른 부분 환불, 혹은 환불 금액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MD 상품 혹은 다음 시즌 시즌권 할인 혜택 등을 얘기하며 무관중 경기 해제 시점이나 시즌 종료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재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다. 무관중 개막 발표 후 전액 환불을 결정한 대구 FC의 사례가 있지만, 모든 구단이 대구처럼 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팬들의 사랑을 손익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전액 환불을 고려하기엔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즌권 환불 문제에서 걸림돌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각 구단이 구매자에게 제공한 사은품이다. 사은품의 가격을 제외하고 비율을 계산해 환불하기도 애매하고, 시즌권 구매자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상품은 금액을 책정하기도 어렵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시즌이 끝나기 전에 보상이나 환불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가급적 팬들의 입장을 고려해 보상 정책을 세우고 싶지만 사은품 등 금전적인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어 고민"이라며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단순히 금전적인 기준을 고집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구단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시즌권 구매자들은 구단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팬들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재정적인 어려움은 있겠으나 충성도 높은 팬들의 '팬심'을 시즌권 문제로 돌려세울 수는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액 환불까지는 어렵더라도 최대한 팬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보상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부분 환불 정책에 대해 팬들이 100% 만족하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가능한 최대한 팬들의 마음을 반영하고자 노력하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