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이 1시간 단위의 실시간 차트를 없애는 대대적인 개편을 결정했다. 실시간 차트 폐지에 대한 목소리에 공감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트렌드를 보여주겠다는 입장인데, 업계에선 찬성과 반대 혹은 우려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카카오에 따르면 멜론은 최근 24시간으로 기준을 변경한 새로운 차트를 3분기 중에 도입한다. "매 시간마다 이용자가 많이 듣는 음악을 알려드리는 것은 변함없지만 곡의 순위와 등락 표기를 없애고 차트 집계 기준을 변경하여, 순위 경쟁보다는 멜론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음악과 트렌드를 발견하고 감상으로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면서 올 여름 적용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현재 멜론이 보여주는 실시간 차트는 1시간 단위로 음원 이용량을 집계해 톱100을 보여주고 순위 변화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개편이 된다면 집계 단위가 24시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한 이용자가 하루에 같은 음원을 매 시간 중복 청취해도 한 번만 집계된다. 차트 갱신은 1시간마다 이뤄지나, 집계 기준이 24시간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아이돌 팬덤의 이른바 '스트리밍 총공'(단체로 같은 곡을 시간 당 한 번씩 청취해 순위를 올리는 일)이 무력화 될 수 있다. 이에 올 여름 컴백하는 가수들 팬덤 사이에선 실시간 차트의 갑작스런 변화에 걱정의 목소리도 나왔다. 멜론의 결정으로 다른 사이트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차트 경쟁보단 개인취향 존중 유명 그룹들을 키워낸 회사 관계자는 "순위 경쟁을 지양하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에 맞는 결정인 것 같다. 음악 장르의 다양성 확보도 기대된다"면서도 "어떤 방식의 순위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산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까지 해결해주진 않을 것 같아 한편으론 혼란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멜론이 어떤 방향으로 도입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팬덤의 경쟁적, 소모적 힘겨루기가 사라지고 이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통해 편중된 음악 소비 패턴에 우려를 나타냈던 음악팬들에게 좋은 영향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차트 개편 목소리에 공감해준 멜론 측에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이제라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건 박수를 쳐줄만 하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었다. 또 "실시간 차트의 순기능도 있었겠지만 팬덤의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고 시장을 왜곡한다는 여러 논란도 있었던 만큼 필요악이었다고 생각한다.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맞춤형 서비스나 관련 마케팅을 하겠지만 그게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는 또 봐야할 듯"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여러 아이돌 그룹을 론칭한 가요 관계자는 "타이틀곡에 집중됐던 이용량이 수록곡으로도 확대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에 따른 새로운 음원강자도 등장하지 않을까"라면서 "기존 음원강자들 중에서 진짜들만 살아남을 것이라 본다"며 실시간차트 폐지의 순기능을 기대했다.
아티스트 중에선 이상민이 "사랑 받는 노래가 오해를 받는 일이나, 좋은 노래가 차트에 진입하지 못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도 없었으면"이라며 이번 개편에 기대감을 표했다. 익명의 아티스트도 소속사를 통해 "다양성 가치를 위해서 차트는 없어지는 것이 맞고 취향만 남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전해왔다.
가장 트렌디한 노래 알고 싶은데 실시간 차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음원을 소비하는 측면에서 바로 순위를 확인할 수 없으니 대중의 관심이 금방 없어질까 우려된다. 이런 측면에서 경쟁이 사라진다고 하면 좋겠지만 그게 과연 좋은 일만일까는 고민해 볼 일"이라고 전체 산업 측면에서 고민했다.
다른 가요 관계자는 "음원강자 소속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실시간 차트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취향이 아니라 트렌디한 것이 뭔지 궁금할 땐 필요하다. 문화라는 것이 그 시대에 살아남고 후대에 전해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현재 트렌디하다는 것은 나중에 문화로 남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러한 문화를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가 아닐까"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실시간 차트를 악용하는 사람들이나 절대 강자가 독식하는 사회가 문제라고 본다. 이를 조금 무너뜨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 우선이지 당장 폐지가 답은 아닌 것 같다. 시장 원리에 따라 인기 많은 노래가 남는 건 당연한 현상이고 차트가 폐지한다고 해서 그 기본적인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차트 경쟁 과열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는 하지만,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가 될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멜론의 시스템에 의문을 품은 관계자들도 많았다.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또 셔플 재생을 기본 청취 방식으로 바꾼다고 하는데 솔직히 유통사 입장에서 자기네들 음원을 우선 셔플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의견으로는 "이러한 개편 방식이 저작권자들에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해줬으면 한다. 수수료를 낮추고 원작자들한테 돈이 제대로 전달되는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되길"이라고 바랐다.
멜론은 "이번 개편은 차트 상위권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면서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가는 정산 관련 차트는 별개로 집계 하고 있다. 정산 방식에 대한 논의는 업계와 진행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1시간 단위의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24시간 집계 방식을 매 시간 갱신해 보여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실시간 차트가 없어진다고 해서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답변했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