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펼쳐진 K리그1 1라운드 강원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나온 논란의 오프사이드 장면. 후반 22분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강원 김오규와 서울 박동진이 볼경합을 벌이다 공이 앞선에 있던 고요한에게 연결됐다. 당시 주심과 부심 모두 해당 상황을 오프사이드로 봤다. 하지만 FC서울은 해당 장면이 강원 김오규의 발을 맞고 고요한에게 갔다고 판단해 경기 후인 12일 오전 축구협회에 해당 장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JTBC Golf&Sports 중계 캡처
"크게 이슈가 될 만한, 문제가 될 만한 오심 등의 상황은 없었다."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첫 브리핑을 열며 강조한 말이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K리그 1라운드를 끝낸 뒤 심판 판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2020시즌부터 K리그 심판 관리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서 축구협회로 바뀌었다. 따라서 심판의 선발·배정·평가·교육 등 모두가 축구협회로 이관됐다. 일부 우려 속에서 K리그1(1부리그) K리그2(2부리그) 총 11경기가 진행됐고, 축구협회는 심판 주체가 바뀐 뒤 첫 라운드에서 논란이 될 만한 상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말 그랬을까.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1라운드에서 '오심 논란'이 일어난 판정이 있었다.
지난 10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펼쳐진 K리그1 1라운드 강원 FC와 FC 서울의 경기. 화려했던 조재완 '원더 골' 이슈의 그림자에 가려진 오심 논란이 존재했다. 후반 22분 두 팀이 1-1로 팽팽히 맞서던 그때,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강원 김오규와 서울 박동진이 볼경합을 벌이다 공이 앞선에 있던 서울 고요한에게 연결됐다. 고요한은 치고 들어가 공을 문전으로 넘겼고, 마지막에 오스마르의 왼발 중거리 슈팅까지 연결됐다. 공은 골대 상단 구석을 갈랐다.
주심과 부심 모두 고요한에게 공이 연결된 장면을 오프사이드로 봤다. 하지만 온사이드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박동진의 발을 맞고 고요한에게 연결됐다면 100% 오프사이드다. 반대로 김오규의 발을 맞고 고요한에게 갔다면 100% 온사이드다. 분명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는, '논란의 장면'이다.
FC 서울은 오심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서울의 한 관계자는 12일 오전 축구협회를 방문해 이 장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심판위원회가 브리핑을 한 건 이 이후의 일이다. 심판위원회는 서울이 이런 의문을 제기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최종 판독 결과가 나오기도 전 논란이 될 만한 오심은 없었다고 먼저 발표를 했다.
이후 심판위원회는 영상을 정밀분석한 뒤 최종결론을 내렸다. 결론은 '판독불가'였다. 즉 오심인 지, 정심인 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 서울의 의문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축구협회는 "어느 팀이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영상 분석하는 이들이 이 장면을 몇십번 돌려봤다. VAR 화면으로는 판단이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심, 정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오심인 지, 정심인 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분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 또한 일간스포츠의 질문이 이어지자 나온 답변이다.
서울 측에서는 VAR(비디오판독) 화면에 잡히지 않은 각도가 보이는, 구단이 찍은 영상을 축구협회에 제공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서울 측이 오심이라고 확신하는 결정적 장면이 들어있을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정확성을 떠나 VAR 사후 판독에 반영이 될 수 없다.
축구협회는 "서울이 제공한 영상을 심판위원들도 봤다. 이것만 가지고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기본적인 것은 원칙 상 사후 판독은 VAR 영상만을 가지고 판단을 한다. 그 외 영상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 개인 영상, 구단 영상 등 다른 영상까지 모두 참고하는 건 쉽지 않다. 더 좋은 영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을 깨뜨리면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VAR 사후 판독을 VAR 영상으로만 해야 한다는 건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정한 원칙이고,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이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VAR 화면에 잡히지 않으면, 더 정확한 영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심, 오심을 판독할 수 없다는 VAR의 맹점이 드러난 셈이다.
축구협회는 주심의 휘슬과 부심의 깃발 타이밍이 부적절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JTBC Golf&Sports 중계 캡처 이 장면에 또 하나의 판정 논란이 들어있다. 주심의 휘슬과 부심이 깃발 드는 타이밍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주심은 오스마르가 슈팅을 하기 직전 휘슬을 불었다. 축구협회는 "결과적으로 프로토콜 상 주심이 휘슬을 빨리 불었고, 부심도 깃발을 빨리 든 것은 맞다. 확실하게 잘못을 했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논란의 판정이 있었고, 주심과 부심의 타이밍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한 상황. 게다가 K리그의 한 구성원이 축구협회를 직접 찾아 설명까지 요청했다. 진정 브리핑이 필요한 때다.
축구협회는 시즌 개막 전 '판정 이슈에 대한 브리핑 활성화'를 약속하며 "그동안 심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오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팬이나 언론, 구단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데 있다고 축구협회는 평가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논란이 되는 판정 이슈가 발생하면 심판위원회가 직접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브리핑에서는 잘한 사례만 소개했다. 자화자찬하는 게 브리핑은 아니다. '판독불가'라 결론 난 이례적인 판정, 피해자도 등장한 상황 그리고 부적절했던 심판들의 타이밍에 대한 설명 등 공유할 건 하면서 정확하고 공감할 만한 '진짜' 브리핑이 필요하다.
축구협회는 "이미 영상으로 판독불가로 결론이 난 상황이다. 심각한 문제였다고 인정을 하는 경우 브리핑을 할 것이다. 이번에는 그런 경우가 아니다"며 이 건에 대한 브리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심각한 상황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한 구성원인 서울의 의문 제기가 있었으니 ▶이에 대한 내용 접수, 그리고 결론 내리기까지 과정 ▶이에 따른 최종 설명 등 여타의 프로세스가 아예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