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장시환(왼쪽부터)·장민재·김이환. IS포토 워윅 서폴드(30·한화)가 더 강력한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충분히 확인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국내 선발진은? 역시 "한결 나아졌다"는 게 팀 안팎의 평가다.
지난 시즌 한화는 개막 일주일 만에 외국인 원투펀치를 제외한 국내 선발 투수 전원을 교체했다. 모두 한 번씩만 등판한 뒤 로테이션에서 빠졌다는 얘기다. 두 명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부진했고, 한 명은 부상을 당해 더 이상 던질 수 없었다. 개막과 동시에 혼란에 빠진 선발진과 그로 인해 어수선해진 마운드 상황은 한화의 하향세에 가속도를 붙인 주요 원인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아직 외국인 투수 채드 벨이 팔꿈치 통증으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선발 투수들이 한결 나아진 활약으로 희망을 안기고 있다. 그 선봉장에 선 선수가 지난해 말 롯데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3선발 장시환이다.
지난해 한 시즌 동안 풀타임 선발 투수를 경험한 장시환은 이적 후 첫 등판인 지난 7일 인천 SK전에서 6이닝 9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해 첫 승을 따냈다. 스스로 "너무 (안타를) 많이 맞아 경기 내내 정신이 없었다"고 농담할 만큼 피안타가 많았지만,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앞세워 최소 실점으로 막아냈다. 선발진 수혈을 위해 젊은 포수를 내주고 장시환을 영입한 한화로선 기분 좋은 성과였다.
지난 시즌 한화 국내 선발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4선발 장민재도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 8일 고척에서 한창 물이 오른 키움 강타선을 상대로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90개. 이정후에게 세 차례 출루를 허용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을 뿐, 지난 시즌 키움전 4경기에서 15점을 내준 부진은 확실히 털어 버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5선발로 낙점된 20세 신예 김이환 지난 9일 고척 키움전에서 믿음직스러운 피칭을 했다. 성적은 5이닝 2피안타 4볼넷 3탈삼진 1실점. 5회 볼넷이 많아져 투구 수(91개)가 늘어난 게 흠이지만, 4회까지 모습은 충분히 강력했다. 지난 시즌 막바지 선발 기회를 얻으면서 이미 가능성도 확인한 투수라 코칭스태프도 김이환의 시즌 첫 경기 성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아직 선발 등판은 하지 않았지만, 김민우도 지난해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SK와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선발 임준섭이 조기 강판한 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4⅓이닝을 3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 3실점으로 막고 사실상 선발 역할을 했다. 2016년 어깨 통증 이후 나오지 않았던 시속 150㎞ 스피드를 전광판에 찍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예정대로 12일 대전 KIA전에 선발 투수로 복귀해 또 다른 시작을 한다.
다만 이들 가운데 승리를 챙긴 선수는 개막전 완봉승을 올린 서폴드와 7일 경기 승리 투수가 된 장시환뿐이다. 장민재는 동점 상황, 김이환은 리드 상황에서 각각 마운드를 넘겼지만 불펜 난조로 팀이 졌다. 10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서폴드가 6회까지 1실점(비자책)으로 잘 막았지만, 7회 불펜 난조로 5점을 한꺼번에 내줘 다시 역전패했다. 국내 선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자 불펜이 흐트러지고 있는 모양새다.
선발 투수들의 투구 이닝과도 관계가 있다. 6경기 가운데 6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서폴드(2회)와 장시환뿐. 임준섭이 2회를 넘기지 못했고, 장민재와 김이환은 모두 5회만 던지고 남은 4회를 불펜에 맡겼다. 가뜩이나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불분명한 투수가 많은 상황에서 불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 3~4명은 이닝 이터 역할을 해줘야 마운드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
안정을 찾아가는 한화 국내 선발진에는 이제 효율적인 피칭으로 '1이닝씩 더' 소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정우람, 김진영, 박상원을 비롯한 필승조의 위력을 더 살리려면 선발 투수들의 고통 분담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민 하나를 해결하자 다른 고민이 찾아와 아쉽기만 한, 한화의 속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