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동욱(36)이 이제는 어떤 장르를 맡겨도 소화 가능한 배우로 거듭났다. 멜로에 갈증을 느꼈던 그가 멜로까지 완벽하게 소화, 시청률은 아쉽지만 연기력에 있어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김동욱은 MBC 수목극 '그 남자의 기억법'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는 "상의 무게와 가치를 증명해나가는 게 앞으로 해야 할 몫인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더욱 단단해진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나섰다.
데뷔 후 다작 행보를 걸어왔지만 좀처럼 빛을 발하진 못했던 김동욱.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진하림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일까. 그 이상을 넘어선 작품을 만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군 제대 후 김동욱은 '믿고 보는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 천만 배우가 됐고 그가 분한 수홍 역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견인하며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도 탄력을 받았다. OCN '손-더 게스트(the guest)'에서 악령을 알아보는 영매 역을 맡았다. 엑소시즘이라는 장르가 굉장히 독특했지만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는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악령에 빙의되는 연기를 수준급으로 소화해 '신들린 연기력'이라는 평을 받았다.
물오른 연기력은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만나 꽃을 피었다. 10kg 증량 열정을 내비치며 데뷔 첫 타이틀롤에 도전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능청스러운 대사까지 이질감이 없었다. 있는 그대로 캐릭터에 녹아들었고 매회 시청자에 사이다를 선사, 시청률과 화제성을 견인하며 '대상배우'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다음 단계는 '멜로'였다. '그 남자의 기억법' 속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앵커 이정훈으로 변신해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궁금했다. 젠틀한 외모에 한 치의 오차 없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첫 회부터 냉철한 이정훈의 면모를 살렸고, 문가영(여하진)과 사랑에 점차 빠져들면서는 말랑말랑한 멜로 눈빛으로 변했다. 이정훈의 감성을 눈빛에 고스란히 담아내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동욱의 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설렘을 느낀다'는 시청자들이 그를 지지했다.
김동욱은 끊임없이 노력했다. 특히 군대에서 이를 갈고 또 갈았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졌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고 후배들에게도 연기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군대 후임인 배우 김명준은 "(동욱 선배에게) 군 복무 시절 연기적으로 많은 걸 배웠다. 지칠 무렵 '나도 신인 때 버스 타고 다니면서 연기했다. 너도 못할 것 없다. 하면 된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건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