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함' 빼면 시체다. 치열했던 현장만큼 치열했던 개봉 과정까지 결국 헤치고 돌파해낸 '사냥의 시간'이다.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팀이 23일 오후 스페셜 온라인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사냥의 시간'은 이날 오후 4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사냥의 시간'이 베일을 벗었다는 것 만으로도 '감개무량'이라는 표현이 절로 터진다.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과 배우들 역시 오랜 기다림 끝 설레는 마음을 아낌없이 쏟아내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사이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윤성현 감독이 '파수꾼'(2011) 이후 무려 9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윤성현 감독은 "9년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굉장히 오랜 세월이 흐른 것 같은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다"며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사냥의 시간'이 진짜 공개 된게 맞나 잘 믿기지가 않는다. 오늘이 지나면 체감이 될까 싶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이 스크린 제작 영화 최초로 OTT 방식을 통해 공개된데 대해 "우리 역시 굉장히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사냥의 시간'은 극장 개봉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행운아다'는 생각도 든다. 고생스럽게 만든 작품을 세계적 플랫폼 시스템에서 볼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설레고 기대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 팀이 다시 뭉친 작품으로도 관심이 높았다. 윤성현 감독은 물론 이제훈과 박정민 모두 '사냥의 시간'으로 10여 년 만에 의기투합했다.
윤성현 감독은 "'파수꾼'은 감정적 깊이를 고민했던 작품이라면 '사냥의 시간'은 애초부터 직선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며 "개인적으로 조성희 감독과 친한데 조성희 감독이 먼저 상업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행복하다. 편하다. 쉽게 찍을 수 있다'는 말을 하더라. '아, 편해지겠다' 나름의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솔직히 '파수꾼'보다 10배는 힘들었다. 해보지 않았던 장르적인 비주얼이나 그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박정민은 "우리가 갖고 있던 예산에 비해 사이즈가 큰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성과들을 내는데 있어 치열하게 덤비는 감독님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파수꾼' 때 생각도 많이 났다"며 "당시에도 프리 단계 때부터 배우들의 연기를 비롯한 목표들이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치열하게 이야기 하셨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제훈이 형은 작품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주인공인 배우가 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회상했다.
'사냥의 시간'은 전례없는 '사냥의 시간'만의 배경과 세계관 속 벼랑 끝에 선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 과정엔 우정, 분노, 두려움 그리고 새로운 도전 의식에 말도 안되는 듯한 희망까지 청춘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돌고 돈다. 추격 스릴러라는 장르를 바탕으로 참신하고 색다른 신선함을 완성했다.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을 SF 장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세계관을 만들고 싶었던 생각이 컸다. 과장되지 않는 선에서 지옥도를 그려내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청춘들이 이야기하는 헬조선에서부터 시작되긴 했지만, 어떤 직접적인 메시지를 알리기 보다 장르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완벽하게 세팅 된 '사냥의 시간' 울타리 안에서 배우들은 물 만난 듯 뛰어 놀았다. 각자의 몫을 100% 이상으로 초과해 소화시켰고, 구멍없는 연기력은 '사냥의 시간'의 최대 강점이다. '보는 맛 있는 영화'라는 평의 8팔은 배우들의 영향력이 크다.
이번 영화에서 이제훈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계획을 설계하는 준석, 안재홍은 친구들의 일이라면 일말의 고민 없이 나서며 위험한 계획에 앞장서는 장호, 최우식은 가진 것은 의리뿐인 반항아 기훈, 박정민은 천부적 재능의 정보원 상수, 박해수는 이들을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으로 분해 열연했다.
이제훈은 "살면서 죽음 직전의 상황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처음엔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죽음을 앞두게 되면 이렇게 공포스러울까' 싶은 상상을 가득 하게 되더라. 내가 그렇게 연기하게 될 줄도 몰랐다. 분명 연기였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사냥의 시간'을 떠올리면 어떤 열기가 생각난다. 현장에서 서로 너무 돈독하게 의지하며 버텼다. 헤쳐나간다는, 돌파해나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열했다"며 "헤어스타일과 타투, 패션, 천식 등 장호는 설정이 많은 인물이었다.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기생충' 이후 첫 작품으로 '사냥의 시간'을 선보이게 된 최우식은 "빨리 보여 드리고 싶었다. '기생충'을 통해 너무 큰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이야!'라는 마음 보다는 이 작품 역시 열심히 만들었고, 해외에 계신 분들은 나를 잘 몰라도 '기생충'의 기우는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어? 기우 나오는 새 영화네?' 하고 봐 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형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으며 촬영했다. 때로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도 있었고, 실제로 무서운 순간도 있었다. 굳이 상상을 안 해도 연기가 저절로 튀어 나오는 순간들이었다. 연기자로서는 너무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정민 역시 "공간의 도움도 컸다. '원래 여기가 뭐하던 곳이야?' 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현장이 완벽했다. 분위기가 잡히면 배우들은 연기하는데 있어 당연히 도움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그 안에 쏙 들어가 연기만 하면 됐다"며 "나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덜 고생했지만, 현장에 갈 때마다 전우들이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끝났을 때도 후련함보다 아쉬움이 크더라. 동료들이 더 각별해졌고 소중해졌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들을 쫓아야만 했던, 진짜 '사냥의 시간'을 보낸 외로운 빌런 박해수는 "난 현장에서 최대한 떨어져 지냈다. 촬영하면서 가까워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조금씩 더 멀어졌다. 나중엔 의도적으로 어둠속으로 들어가 있었다"며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 속에서 하나의 에너지로 존재했으면 좋겠다. 원인을 알 수 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을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요구에 '이들을 심판할 사람들은 나밖에 없다'는 나름의 원칙과 정의 속에서 움직이려 했다"고 털어놨다.
오랜 후반작업과 치명적이었던 개봉 이슈 등 모든 장애를 넘어 '사냥의 시간'은 드디어 베일을 벗었고, 관객들을 만났다. 이젠 진짜 전세계 수 많은 관객들과 즐길 일만 남았다. '사냥의 시간'이 관객 사냥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사냥의 시간'을 향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지 영화만큼 궁금증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