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첫방송된 MBC '끼리끼리'는 시청률 2%대로 시작해 1~2%를 오르내렸고 결국 12일 1부는 0.8%(닐슨코리아 기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프로그램은 다수의 출연자가 성향 '끼리' 나뉘어 펼치는 성향 존중 버라이어티. 출연진도 나쁘지 않다. 여기저기 웃음 좀 책임져 줄 예능인과 예능서 보지 못 한 배우까지 총출동이다. 박명수·장성규·은지원·황광희·이용진·인교진·이수혁·하승진·정혁·성규 등 흔히 말하는 특급은 아니지만 특출나게 모자른 사람도 없다. '국내 최초 성향 예능'이라는 수식어까지 알아서 붙였지만 결과는 암담하다.
가장 큰 문제는 컨셉트다. '취향 존중'이라는 말은 포장일 뿐 결국 남자 열 명이 나와 웃고 까부는 포맷이다. '1박 2일' '무한도전' 등 이미 국민 프로그램서 봐 온 그대로다. 심지어 출연진도 '1박 2일' 은지원 '무한도전' 박명수가 나오니 더욱 오버랩 될 수 밖에 없다. 오디오도 겹친다. 흔히 예능서 추구하는 6인이 아닌 10인이다보니 시끄럽기 짝이 없다. 몇몇 출연자는 두 명만 있어도 접시가 깨질만큼 시끌벅적한데 열 명이다보니 보는 사람도 지친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장수 예능에는 중심축이 있다. '1박 2일' 강호동이 그러했고 '무한도전' 유재석도 마찬가지. '라디오스타'에도 독설을 내뱉는 김구라가 있기에 중심이 잡힌다. '끼리끼리'는 벌써 호흡을 맞춘 지 세 달이지만 이끌어갈 리더가 없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경험했듯 유재석이 없는 박명수는 어딘가 불안하고 나머지 멤버들 중 프로그램을 이끌 사람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중재할 사람이 없으니 여기저기 원성만 쏟아지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한다. 성격은 다르지만 2017년 tvN 예능 '공조7'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날고 기는 예능인 이경규·김구라·박명수·서장훈 등이 출연했지만 총 10회 중 최고시청률 1.3%를 찍고 맥없이 물러났다.
이미 일요일 프라임 시간대는 '런닝맨' '집사부일체' '1박 2일' 등이 뿌리를 깊게 내렸고 '끼리끼리'와 동시간대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도 방송 1년만에 완벽히 자리잡았다.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만만치 않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예능도 진화하다보니 참신한 소재거나 독특한 조합으로 시선을 끌어야하는데 그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 했다. 세 달이 지났는데 자리잡지 못 하니 시청자들은 리모콘을 들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돌파구가 있을지도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