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이 관심으로 떠오르면서 자동차 회사들의 시승 방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차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언론 시승회를 철저한 방역과 위생관리 속에 치르고, 전시장 방문을 망설이는 고객을 위해서는 시승차를 직접 배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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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행사도 사회적 거리두기 '신풍속도'
지난달 31일 치러진 제네시스 3세대 G80 미디어 시승 행사장은 코로나19 정국에 대처하는 자동차 업계의 고심이 곳곳에 녹아 있었다.
G80은 7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평상시 같으면 대형 호텔의 그랜드볼룸이나 킨텍스 같은 대규모 전시공간에서 열렸을 것이 분명하다. 상품성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공연도 준비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정국은 이 모든 평상시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먼저 시승행사 장소가 주차장이었다.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이 행사 장소로 안내됐지만, 실제 행사장은 호텔 야외 주차장이었다. 호텔이나 전시장 같은 실내 공간이 아니라, 봄바람이 살살 부는 탁 트인 야외였다.
여러 사람이 가까이 모이는 것을 피하고자 접수 데스크도 띄엄띄엄 분산 운영됐다. 접수 데스크에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발열 검사도 받아야 했다.
열화상 카메라 앞에서 체온을 측정해 37.5도가 넘으면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가 없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신분을 확인하고 코로나19와 관련한 문진표를 작성한 뒤 상품 자료집을 받는다.
또 그동안 신차 시승은 보통 차량 한 대에 두 명의 기자들이 2인 1조로 동승해 교대로 차를 몰아보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날은 1인 1차량을 배정해 운영됐다.
최근 영상팀을 꾸려서 영상 촬영을 하는 매체도 많은데, 예외 없이 1인만 탑승할 수 있었다. 영상 매체도 이날만은 온전한 1인 미디어가 됐다. 차 안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었다.
시승 참가자도 소규모로 15개 조가 편성됐다. 오전 9시부터 30분 단위로 쪼개졌다. 같은 업계 기자들끼리도 얼굴을 볼 틈이 없었다. 점심시간에도 1인 1식탁에 앉아 식사해야 했다.
시승 코스를 왕복하고 더케이호텔 주차장으로 돌아왔지만, 시승자가 들어간 실내공간은 오로지 '자동차 실내'뿐이었다. 시승에서 돌아온 차는 곧장 방역장으로 끌려갔다.
코로나19 정국 아래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야 하는 제네시스의 시승행사는 치밀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치러진 기아차의 쏘렌토 시승행사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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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는 시승차 배달
쉐보레 찾아가는 시승 홍보 포스터. 한국GM 제공 자동차 회사들은 코로나19 예방에서 고객 시승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한국GM은 최근 카카오 채널을 통한 시승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굳이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시승을 신청하면 원하는 곳까지 차를 가져다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차 내 항균 소독은 물론 시승 신청자 가운데 일부를 추첨으로 뽑아 선물도 준다.
도요타 찾아가는 시승 홍보 포스터. 도요타 제공 도요타도 찾아가는 시승을 선택했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마찬가지로 시승차를 보내준다.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줌과 동시에 편리한 시승을 위해 마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승차 또한 시승 전후로 살균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차 내에 손 소독제도 상시 비치했다.
시트로엥도 이달 고객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시승 캠페인 '안심로엥'을 진행한다. 시승차량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5 에어크로스'와 'C3 에어크로스'다.
시승 신청은 시트로엥 홈페이지 내 '안심로엥 캠페인' 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차량과 날짜를 선택하면 영업사원이 직접 방문한다. 모든 영업사원은 마스크를 의무 착용한다.
시승하는 모든 고객은 시트로엥 모자를 기념품으로 받는다. 시승 후 이달 중 출고하면 시트로엥 미니어처 10종 세트도 선물로 준다.
시트로엥 관계자는 "시승 전후 티어링휠, 기어노브, 손잡이, 공조기 버튼 등을 집중 살균 소독한다"며 "많은 고객이 직접 찾아가는 시승행사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BMW는 시승차 배달과 더불어 고객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휴관 중인 BMW 드라이빙 센터를 활용해 비대면 드라이빙 프로그램인 'BMW 드라이빙 센터 세이프티 스루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다.
이는 BMW와 MINI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차용해 자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트랙을 직접 주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행사는 오전 9시 30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단위로 세션 당 6대 차량, 하루 총 66대가 주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일주일간 320여 대의 차량이 이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