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명배우 전성시대다. 평생을 '배우 길'만 걸어 온 배우들의 배우 김혜수와 김희애가 브라운관을 씹어 먹으며 시청자들을 홀렸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두 편의 드라마 SBS '하이에나'와 JTBC '부부의 세계' 중심엔 각각 원톱 캐릭터로 극을 이끈 김헤수와 김희애가 있다. 11일 종영한 '하이에나'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2부 시청률 14.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부부의 세계'는 6회 18.8%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 또 한편의 국민 드라마 탄생을 알렸다.
작품이 흥하는덴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하이에나'와 '부부의 세계' 흥행 공통점은 바로 캐릭터를 뛰어 넘어 극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버리는 김혜수와 김희애의 '열연'에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출연을 결심한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두 배우는 30여 년에 걸친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 단 한번도 매너리즘에 빠진 연기를 보여주지 않은 배우들로도 유명하다.
쉽게 표현해 '내공'과 '이름값'이라 말하지만 이를 매 순간 증명하고 또 인정받는건 분명 다른 문제다. 하지만 김혜수와 김희애는 쏟아지는 기대치에 화끈한 화답으로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물오른 미친 존재감'이라는 설명도 김혜수와 김희애 앞에서는 그저 흔하고 가볍기만 할 뿐이다. 신을 쥐고 흔들며 행복하게 뛰어 노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김혜수, 김희애에 시청자들의 감동은 자연스레 뒤따른다.
"김혜수가 김혜수 했다"는 평을 한 몸에 받은 김혜수는 '정금자 월드'를 완벽하게 완성했다. 정금자로 오롯이 빛났고, '하이에나' 팀의 등불이 됐다. '변호사'라는 직업적 카테고리 안에서 약점 많은 인물이자 생활형 인간인 정금자는 '다름'을 무기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트라우마까지 스스로 극복한 정금자의 호탕한 삶은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위로로 다가왔다.
김혜수표 정금자는 김혜수였기에 지금의 정금자로 시청자와 만날 수 있었다. 정금자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따르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곧 배우 김혜수에 대한 시선이기도 하다. KBS 2TV '직정의 신' 이후 김혜수의 영향력이 100% 발휘 된 '하이에나' 정금자는 귀엽고, 멋지고, 섹시하고, 유머러스한 천가지 매력을 뽐냈다. "김혜수 아니면 망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김희애는 불륜 드라마라는 진부한 설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직업부터 가정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부부의 세계' 지선우는 남편의 외도로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성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다. 상간녀의 뻔뻔함, 배신자가 된 친구들, 제3자들의 협박, 한 날 한 시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 아들에 대한 허탈함까지. 가혹한 현실 앞 극한의 감정과 심리적 압박을 김희애는 자유자재로 요리하며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5회에서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불륜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며 쏟아낸 진심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돌아버린 연기"라는 탄성을 불러 일으켰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다른 남자와의 하룻밤을 고백, 이어진 "짜릿했다"는 한 마디는 꾹꾹 우겨넣은 선우의 감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밀회' 이후 또 한번 JTBC의 구원투수가 된, 신뢰의 김희애다.
방송 관계자는 "일부 배우들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본인들에겐 단연 부담감으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아무리 연륜있는 배우들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며 "김혜수와 김희애는 능력으로 모든 시선을 깨부수는 대표 배우들이다. 이들의 연기를 보면 여전히 얼마나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지가 보인다. 그리고 매 작품마다 쉼 없이 발전한다. 그 점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감히 평가할 수 없는 대단한 연기를 감상한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