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소방청 구급차. 연합뉴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뒤늦게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일본 각지에서 환자 급증에 따른 응급의료 체계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를 받아들이는 구급병원이 줄면서 상위(3차) 응급의료 기관인 구명구급센터로 의심 환자 이송이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고도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명구급센터가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중증 환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도쿄 지역의 구명구급센터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아사히신문에 “이송할 곳이 없어 들어오는 (의심) 환자가 확실히 늘었다”면서 4월 둘째 주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도쿄에서는 지난 10일까지 1주일 동안 새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900명을 넘었고, 11일에도 197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도쿄 지역의 누적 확진자 수는 2000명에 근접하고 있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시마즈 다케시(嶋津岳士) 일본구급의학회 대표이사는 폐렴이 의심되는 고령 환자가 10여곳의 구급의료기관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었다며 “분초를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또 잇따라 발생하는 병원 내의 코로나 19 감염도 응급 체계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동일본지역에 있는 구급병원에서는 한 환자의 감염이 입원 며칠 후에 확인되면서 그로 인한 원내 감염이 발생해 한때 응급 외래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 병원에서 응급 의료를 담당하는 한 의사는 “원내 감염이 발견되면 곧바로 병원 기능의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의료진에게 필수적인 마스크와 가운 등 보호 장비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구급의학회와 일본임상구급의학회는 지난 9일 “보호장비가 압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