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처로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친 외국인 선수들이 드디어 팀 훈련에 합류한다. 사진은 지난 23일 입국한 KT 외인 3인. KT 제공 외인 없이 국내 3차 캠프를 치르던 다섯 구단도 완전체가 된다. 이전보다 밀도 있는 시즌 준비가 가능하다.
해외 2차 캠프 종료와 동시에 자국에 머물거나 돌아갔던 삼성, 한화, 키움, LG, KT 소속 외인 15명은 지난달 23일을 전후로 모두 입국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유럽 등 해외 감염자 확산 추세가 급증했고, 선진 방역 체계로 세계에 모범이 되는 한국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을 했다. 변수는 있었다. 음성 판정만 받으면 바로 팀 훈련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정부의 조처로 인해 입국 다음 날부터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했다.
바이러스 정국에서는 모든 상황이 생소하다. 논란도 흥미도 자아냈다. 일단 형평성 문제는 조기에 소멸됐다. 자가격리로 인해 해당 외인들이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대외 연습경기와 정규리그 개막이 각각 2주 뒤로 재연기된 탓에 고민이 줄었다. 한국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외인들의 슬기로운 격리 생활이 매체, SNS를 통해 전해지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긴 기다림은 끝났다. 잠시 팀을 떠났던 외인 선수들이 차례로 복귀한다. 지난달 22일, 가장 먼저 입국했던 LG 에이스 타일러 윌슨은 6일부터 격리 조치가 해제됐다. 하루 뒤에 입국한 KT 외인 3인도 7일부터 위즈파크에 나선다. 삼성 외인들은 8일, 다른 선수들도 10일에는 모두 제자리를 찾는다. 격리 해체 날짜가 소속팀의 훈련 휴식일인 선수는 경기장을 찾아 가벼운 개인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검진도 받는다.
예정된 대외 연습경기 개막은 2주 남았다. 다섯 구단 코칭 스태프는 본격적으로 장기 레이스 대비에 돌입한다. 재합류한 외인들의 컨디션 관리와 훈련 스케줄이 가장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팀 전체 훈련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2일 자체 청백전을 마친 뒤 차주 계획을 전하며 "청백전을 이전보다 적게 잡은 상황이다. 외인 선수들의 몸 상태와 훈련 스케줄을 고려해야 한다. 설전에 나설 수 있는 몸이 아니면 청백전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해야 하는 외인 선수만 2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애리조나(미국) 2차 캠프 후반 이후 한 달 넘게 실전 등판이 없다. 미국에 잔류한 2주, 격리 기간이던 지난 2주 동안은 정상적인 훈련도 소화하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먼저 선수들과 면담을 한 뒤,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한다. 국내 선수들은 그동안 훈련과 실전에 나섰기 때문에 외인 2명에 따라 일정을 조정할 생각이다.
다른 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투구 수를 90~100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다시 불펜, 라이브를 모두 거친 뒤 실전까지 나서야 한다. 알아서 몸을 만드는 방식이 익숙한 외인들이지만, 전에 없던 상황이기에 우려가 크다. 현장에서는 대외 연습경기가 시작되는 4월 넷째 주에도 등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레이닝 파트, 투수 코치들이 더 세심하고 세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야수도 배려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감각 회복이 빠르지만 남은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훈련과 청백전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1번 타자로 내세우면 타석 기회가 더 많이 돌아온다. 청팀과 백팀 라인업에 모두 지명타자로 포진시켜서 최대한 많은 타석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수비 감각 회복을 위해 위치에 따라 타구가 많이 가는 유형(좌우)으로만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모든 퍼즐이 맞춰진 덕분에 더 밀도 있는 시즌 구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개막 시점은 안갯속이지만 완전체가 된 다섯 구단에는 활력이 생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