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세가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전역을 휩쓸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펜데믹을 선언, 그야말로 글로벌 쇼크 상태다.
영화계는 국내외 예외없이 '올스톱'이다. 국가 봉쇄와 함께 내부 시설 폐쇄 등 반강압적 조치에 각종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고 작품 개봉도 순차적으로 밀리고 있다. 대형 프렌차이즈 영화들은 마지막까지 개봉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안전 예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전세계 영화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흥행을 담보로 하는 히어로물도 상반기에는 볼 수 없게 됐다. 앞서 디즈니·마블 '블랙 위도우'가 5월 1일 북미 개봉을 1차적으로 포기했고, 워너브러더스 '원더우먼 1984'도 6월에서 8월로 개봉 연기를 최종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4월 말 개봉 예정이었던 '블랙위도우' 측은 지난 18일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연기가 불가피하다. 새 개봉일은 추이를 지켜본 후 추후 다시 안내하겠다.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호전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전했다.
'블랙위도우'는 어벤져스 원년 멤버로 활약한 블랙위도우의 첫 솔로 무비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부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의 알려지지 않은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를 그리며 '캡틴 마블'을 잇는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로 주목받고 있다.
'원더우먼 1984' 개봉 연기 소식은 25일 공식 발표됐다. 일각에서는 워너브러더스가 '원더우먼 1984'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방식 공개를 추진 중이라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지만 워너브러더스는 "사실무근"이라고 단박에 일축했다.
이후 논의 끝 내린 결정은 결국 개봉 연기다. 다만 디즈니·마블과 달리 새 개봉일을 미리 확정짓고 움직인다. 6월 5일에서 8월 14일로 변경됐다. 워너브러더스 측은 "그 때까지 세계가 안전하고 건강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원더우먼 1984'는 지난 2017년 개봉한 '원더우먼'의 후속작이다. 원더우먼 캐릭터 탄생 이후 76년 만에 영화화 된 '원더우먼'은 전세계에서 8억2100만 달러(한화 약 1조161억)의 수익을 올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공주이자 신이 만든 가장 완벽한 히어로인 원더우먼의 활약을 그린다.
워너브러더스는 '원더우먼'과 함께 '스쿠비!', '인 더 하이츠' 개봉도 미뤘다. 디즈니 역시 '블랙위도우' 뿐만 아니라 '뮬란' '엑스맨: 뉴 뮤턴트' '앤틀러스' 등 작품 개봉을 보류했다. '007 노 타임 두 다이'는 11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2021년 4월로 계절을 훌쩍 뛰어 넘어 개봉한다.
할리우드 지각변동에 국내 영화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종식 되더라도 극장에 관객들이 얼마나 방문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흥행 레이스를 달려줘야 할 블록버스터들이 모두 묶여있어 한국영화 개봉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빌런이 돼 버린 코로나19에 전통의 히어로들도 무릎을 꿇었지만, 다시 등판하는 그 날 극장과 영화계를 살리는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하다. 언제쯤 코로나19를 잡고 온전한 재미를 즐기게 될 수 있을지 전세계 영화계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