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3일 공식적으로 2020 도쿄올림픽 대회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20 도쿄올림픽의 운명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정상개최에서 연기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입장도 변했다.
IOC는 23일(한국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는 방안이 하나의 선택사항"이라고 밝히며 "올림픽을 연기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해 4주 안에 매듭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IOC가 공식적으로 연기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 '취소'는 의제에 올리지 않았지만 최근까지 정상개최를 완강히 주장하던 IOC와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한 발 물러섰다. 연기가 결정된다면 3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0월 이후, 2021년 여름(1년 연기) 그리고 2022년 여름(2년 연기) 등 3가지 방안이 거론됐고, 1년 연기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있다.
이는 올림픽 연기를 촉구해온 각 국가 올림픽위원회, 스포츠연맹과 협회 그리고 선수들의 강한 목소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올림픽에서 최강의 자리에 있는 미국의 육상과 수영. 미국육상연맹과 미국수영연맹이 강하게 올림픽 연기를 주장했다. 두 연맹은 공개적으로 올림픽 연기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IOC를 압박했다. 미국육상경기연맹 맥시 시설 사무총장은 서신을 통해 "미국육상경기연맹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선수와 코치, 자원봉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선수들은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육상 강국 영국육상연맹도 공식적으로 올림픽 연기를 촉구했다. 또 스페인·노르웨이·슬로베니아 올림픽위원회도 연기 요구에 동참했다. 스페인축구협회도 올림픽위원회와 뜻을 함께 했다.
선수 개인도 목소리를 냈다. 2014 카잔 펜싱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2위인 막스 하르퉁(독일)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하르퉁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였지만 "연습을 하지 못해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웠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하르퉁에 이어 선수들의 불참 선언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최대 신문사 'USA 투데이'는 미국올림픽 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선수들의 75%가 도쿄올림픽 연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기 요구에 그치지 않고 불참을 선언한 국가도 등장했다. 캐나다가 처음으로 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올림픽 연기에 내재한 복잡한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선수와 세계인들의 건강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에는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에 이어 호주도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호주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연기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호주의 올림픽대표팀을 구성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옆나라 뉴질랜드도 동참했다. 뉴질랜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연기만이 합리적인 일이다. IOC가 정상개최를 고수한다면 뉴질랜드는 다른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 수록 커지자 IOC도 백기를 든 셈이다. 연기를 고려한다는 결정에 많은 이들이 환영 의사를 표현했다. 세계육상연맹은 "도쿄올림픽 연기를 위한 IOC의 논의를 환영한다"고 발표했고, 휴 로버트슨 영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역시 "도쿄올림픽 연기와 관련한 여러 옵션을 검토하기로 한 IOC 집행위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한 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줄곧 올림픽의 정상개최만을 고집했다. 하지만 그 의지가 꺾였다. 'NHK' 등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이 곤란한 상황이라면 운동선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기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났지만 취소는 선택지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