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산한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인근 음식점 거리로 배달업체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외식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이 바빠졌다. 라이더들은 일거리가 늘어 좋은 점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만나야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라이더들 “배달은 좋은데…현장결제 겁나요”
16일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주문량이 평균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의민족의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주문 수는 2주 전(2월10~2월23일)보다 8.4% 늘었다.
서울 구로구 한 배달음식점주는 “요즘 라이더가 없어서 배달이 느려질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란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라이더들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생계와 직결된 일이다 보니 불안감 속에 일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한 배달대행업체의 라이더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잠깐의 배달 대면을 통한 바이러스 전염성이 확인되면서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당시 라이더는 서울 송파지역에서 지난달 24일 한 아이스크림 매장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받았다. 아이스크림 매장 점주와 10분간 대화를 나누던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진자들의 동선을 공개, 식사를 ‘배달’로 해결한 사례들이 발표되면서 배달 라이더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배달대행업체 라이더 A씨는 “요즘 문 앞에 두고 가달라는 고객들이 많기는 한데, 그래도 현금이나 카드결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땐 괜히 불안하고 찝찝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음식점에 결제가 완료된 음식에 대해서만 배달이 가능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에는 “현재 배달업에 종사하는 라이더들은 불특정 다수와의 직간접적 접촉을 해야 하는 일”이라며 “배달직원이 하루에 배달하는 건수는 보통 30건에서 많게는 80건 이상으로 일주일이면 최소 200건에서 많게는 560건 이상의 불특정다수와의 접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들이 바깥 출입이 안돼 배달음식을 시킨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바로결제’가 최선…근본 대책 없어
배달앱들이 나름대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배달의민족은 소비자들에게 손에서 손으로 현금이나 카드가 오가는 ‘대면 접촉’을 최대한 피해달라며 앱 내 ‘바로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2월 바로결제 주문은 전체 주문 중 93%를 차지하며, 전년 동월대비 14% 증가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앱 내 바로결제 비중은 계속해서 늘어가는 추세이긴 하다”라고 말했다.
요기요에서는 배달앱 주문시 ‘문 앞에 두고 가세요’ 메시지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한 달(2월10일~3월8일) 간 해당 메시지 선택 비율이 전 달(1월13일~2월9일) 대비 151%나 증가했다.
이외에 배달의민족은 라이더들의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보급했다. 지금까지 마스크 2만여 개, 손세정제 2000여 개를 라이더와 커넥터들에게 무료로 지급해 왔다.
요기요는 레스토랑 파트너들을 위한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 일시적으로 ‘현장결제’를 원치 않는 레스토랑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비대면 결제수단만 요기요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비자의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배달 라이더들을 위한 근복 대책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결제 없이 대면접촉을 막는 시스템만 가져가면 좋겠지만, 점주들도 그렇고 현장 결제할 수밖에 없는 고객들을 저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이더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꾸준히 지급하는 등의 대책이 최선이겠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지원 일부 물량을 배달기사들에게 지급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