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더욱, '최선의 답'을 내야만 한다. 덜컥 멈춰선 전세계 스포츠가 함께 끌어안은 고민이다.
전세계 스포츠가 멈췄다. 한창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어야 할 겨울 프로스포츠의 대명사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도, 개막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도 멈췄다. 시즌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유럽 축구리그도 예외가 없고, 전세계 스포츠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프로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단계에 돌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유럽과 북미,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번지면서 말 그대로 3월 스포츠계는 '올-스톱' 상태다. 진행 중이던 리그는 대부분 중단됐고 열릴 예정이던 대회도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달력을 빼곡하게 메웠던 전세계 주요 스포츠 일정들은 모두 사라져 공백이 됐다. 선수들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우려했던 사태가 실제로 벌어진 만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하지만 잠시 '멈춤'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거리가 산적해있다. 일단 재개 시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리그를 중단하고 대회를 취소하고 개막을 연기함으로써 급한 불은 껐지만, 이후 일정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기 어렵다. 국내 프로스포츠의 경우 3월 말에서 4월 말을 재개 시점으로 보고 있으나 확언은 힘들다. 각 리그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 위기 경보가 현재의 '심각' 단계를 벗어나 하향 조정되기 전까지는 리그를 정상적으로 재개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출범 이후 전염병으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는 일 자체가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라, 각 리그 관계자들은 내부 회의를 통해 논의를 계속 이어나가는 중이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 중인 유럽은 문제가 더욱 심하다. 추춘제를 실시하는 유럽 축구리그들과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 대항전은 혼란에 빠졌다. 2주에서 한 달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리그를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이 기간 동안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리란 보장이 없다. 이 기간 동안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리그 중단을 연장해야 하는데,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시즌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워진다. 시즌 취소나 조기 종료 얘기가 흘러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UEFA는 현지 시간으로 17일 긴급 회의를 개최해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를 포함해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주관 대회 일정을 새로 논의한다. 대회 60주년을 기념해 유럽 12개국 12개 도시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유로2020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최소 반년에서 1년 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또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는 일정 자체를 축소하거나 올 시즌 대회를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미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등 북미 프로스포츠 리그의 개막·재개 시점도 사실상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향후 8주간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열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프로스포츠 경기는 최소 5월 중순까지, 무관중 경기로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재개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시즌 막바지에 돌입한 상황에서 리그가 중단된 NBA 등의 시즌 취소, 혹은 조기 종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미국 NBC 방송은 15일 "일반적으로 NBA는 정규리그 한 경기 입장 수입이 120만 달러(약 14억 7000만 원)에 이른다"며 "이대로 시즌이 종료될 경우 입장 수익과 유니폼, 기념품 판매 수익 및 중계사와 문제 등으로 인해 총 5억 달러(약 6125억 원)의 입장 수입 손실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걸려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마찬가지다. EPL은 매 시즌 중계권 수입만으로 30억 파운드(약 4조 5401억 원)를 벌어들이는 만큼 리그가 조기 종료될 경우 극심한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심해지면서 금전적인 부분보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PL의 경우 여러 클럽들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시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16일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다른 리그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누가 먼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다.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리그 재개 시점과 일정 축소, 조기 종료를 둘러싸고 눈치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