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국내 선발진을 구성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지난 시즌 초반 토종 선발진이 모두 부상이나 부진으로 흔들린 후유증으로 시즌 전체 레이스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워윅 서폴드과 채드 벨은 재계약하고 팀에 남았지만, 이들의 뒤를 이어 경기에 나설 세 명의 선발 투수를 확정하는 게 중요한 숙제였다.
그만큼 많은 투수들이 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캠프 막바지까지 압축된 후보만 해도 8명이나 된다. 장시환(33) 임준섭(31) 장민재(30) 김진영(28) 김민우(25) 김이환(20)에 올해 입단한 신인 남지민(19) 한승주(19)까지 나이와 경력이 천차만별이다.
물론 이 중에서 이미 우위를 점한 투수들도 있다. 한화가 선발진 보강을 위해 롯데에 포수 지성준을 내주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시환, 지난 시즌 대체 선발로 투입됐다가 한화 국내 선발투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장민재다. 이들은 큰 이변이나 변수가 없는 한 3선발과 4선발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연습경기 검증도 이미 마쳤다. 장시환은 지난 5일(한국시간) 메이저리거들이 일부 포함된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팀과 연습경기에서 4이닝 동안 공 49개를 던져 무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위력을 뽐냈다. 지난 시즌 롯데에서 풀타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뒤 올해 더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한화의 기대와 희망도 그만큼 크다. 장민재 역시 6일 열린 밀워키 마이너리그 팀과 연습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 3이닝 동안 공 48개를 던지면서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좋은 피칭을 했다.
이제 관건은 다섯 번째 선발 투수를 확정하는 일이다. 의자 하나를 놓고 투수 여섯 명이 경합하는 모양새다. 베테랑에 속하는 임준섭과 해외 유턴파인 김진영, 이미 선발로 몇 차례 기회를 얻었던 김민우가 '선배 그룹'으로 분류되고 지난 시즌 막바지 선발로 두각을 나타냈던 2년차 김이환과 신인 듀오 남지민, 한승주가 '후배 그룹'에 속해 있다.
캠프에서 선발 투수 가능성을 보인 김이환. 한화 제공 일단 가장 앞서 있던 후보는 김이환이다. 지난해 마지막 두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데다 이번 캠프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이환이가 지난해 선발을 해봐서 그런지 올해 조금 더 좋아졌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선배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김민우는 다저스전에서 3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위력을 뽐냈고, 김진영도 밀워키 전에서 최고 시속 145㎞ 직구를 앞세워 2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무척 치열했다"고 입을 모은 한화 선발 경쟁. 곧 그 윤곽이 드러난다. 그러나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한 감독은 "지금으로서는 4선발까지는 고정으로 돌아가고, 5선발은 로테이션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때 그때 투수의 컨디션이나 상대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운영하게 될 것 같다"며 "처음 정한 선수가 몇 경기 부진하면 다른 선수에게도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어느 선수가 진짜 웃게 될 지는 시즌이 다 끝나야 알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