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tvN 'RUN' 최종회에서는 피렌체 국제 마라톤 대회 출전 당일을 맞이한 런티스트(지성·강기영·황희·이태선)의 모습이 그려졌다.
대회 당일. 이른 아침 일어나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몸을 풀었던 네 사람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하나둘 러너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황희는 "사람들 보면서 체감이 되기 시작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굉장히 준비를 잘해왔을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태선 역시 "도태되거나 처지면 어떡하지 걱정이 많았다"며 "(많은 군중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몸도 덜 풀린 것 같고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에너지 가득한 러너들의 열기와 고조되는 분위기에 동화된 멤버들은 "축제에 온 것 같았다. 만 명의 군중이 밀집 거기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달랐다"며 "마라톤이라는 게 이런 느낌 때문에 중독이 되는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스타트 지점에서 지성은 황희의 상황을 체크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무릎 컨디션이 좋지 않은 동생을 위해 러너메이트가 되기로 한 것. 황희는 "본인도 힘들 텐데 계속해서 북돋워 주고 체크해주는 게 고마웠다. 10km 지점까지는 정말 의지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자의 페이스대로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점점 멀어졌다. 둘에서 혼자가 된 황희는 "'뇌 속에 오는 힘들다는 신호에 속지 말자. 나의 육체는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계속해서 되뇌었다"고 고백했다.
꾸준한 러닝 습관으로 발군의 실력을 갖춘 지성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저 뒤로 처지는 분들을 보면 끝까지 뛰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순조롭게 페이스를 올려간 지성은 15km를 훌쩍 넘겨 어느덧 하프 지점을 통과했고, 그 뒤로 이태선, 황희, 강기영이 뒤따랐다.
자신을 앞서가는 멤버들과 러너들을 바라보며 가쁜 호흡을 내쉬던 황희는 목발을 짚고 달리는 러너를 마주했다. 황희는 "그분을 보고 '좀 더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한 걸음 갈 때 저 사람은 두 걸음을 가더라도 끝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꾸준함에 자극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외에도 유모차를 끌며 달리거나 휠체어에 탄 사람,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많은 사람들이 길 위를 채웠다.
딸이 준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달렸던 지성은 예상대로 가장 먼저 마라톤 결승점에 도달했다. 지성은 "뭔가 허전하고 고요해지면서 그때부터 감정이 (올라왔다). 이 기분으로, 이런 각오와 용기로 앞으로도 오랫동안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든든한 아빠, 가장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다음으로 이태선이 결승선을 넘었다. 무릎 통증 때문에 수십번을 달리고 멈췄던 황희는 5시간 10분 07초로 완주에 성공했다. 그토록 원했던 마라톤 메달을 받아든 지성과 이태선, 황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강기영은 30km 지점에서 레이스를 마쳤다.
지성은 "에너지 넘치게 뛴다고 해서 결승점에 도착한다는 보장이 없는 러닝 자체가 인생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도, 호흡도, 이유도 저마다 달랐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뛰었던 러너들은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며 도전을 끝마쳤다.
지성, 황희, 이태선은 아쉽게 완주에 실패한 강기영을 격려하며 훈훈한 동료애를 보여주기도. 이후 네 사람은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고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피렌체에서의 꿈 같은 시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