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봉준호 감독의 다음 행보에 대해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린다. 미국 곳곳을 누비며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봉 감독은 조금씩 힌트를 선사하며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마다 빠지지 않는 차기작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봉 감독은 한국 영화와 영어 영화를 함께 준비 중이라고 답한다. 두 영화 모두 '기생충'이나 '마더' 정도의 제작비, 약 150억원 정도가 투입되는 규모의 작품.
한국 영화는 서울에서 일어난 재난을 그리는 호러 액션극으로, 2001년부터 구상을 시작해 벌써 19년째 준비돼온 작품이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나의 모든 영화의 장르가 애매하기에 공포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묘사하자면 호러 액션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뉴욕이나 시카고에서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모든 보행자가 같은 피부색을 가져야만 성립 가능한 설정"이라는 흥미진진한 힌트를 남겼다. 영어로 만들어질 영화의 경우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봉 감독이 2016년 CNN 뉴스에서 해당 사건을 보고 영화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오는 4월 중 한국 영화와 영어 영화 두 편 가운데 어떤 것을 선행할 것인지 가닥을 잡아나갈 계획이다.
봉준호 감독은 한 시사회에서 '기생충' TV 시리즈에 대한 생각도 언급했다. '빅쇼트'의 아담 매케이 감독과 손잡고 HBO를 통해 '기생충' 시리즈를 선보일 것이라 알려져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봉 감독은 "'기생충'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꽤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개별 인물들에 대한 신을 상상했다. 예를 들어, 문광이비 오는 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얼굴을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다. 영화는 이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며 "민혁이라는 인물과 연교 사이에 묘한 뉘앙스가 있다. 집을 건축한 남궁현자는 왜 문광에게만 지하실을 보여줬을까. 이런 스토리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 2시간짜리 영화에서는 다 할 수 없다. 6시간짜리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TV 시리즈를) 긴 시간의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봉준호 감독의 팬을 자처하고 나섰다. 크리스 에반스는 '이 남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SNS에 올렸고, 제이크 질렌할은 LA비평가협회의 '기생충' 스크리닝에 등장해 후원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전 열린 파티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도 바로 봉 감독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기생충'은 놀라운 영화"라며 악수를 청했고,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라이언 존슨 감독은 다른 영화 행사에서도 봉 감독과 만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파티에서 봉준호 감독은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모두가 그에게 행운을 빌었고,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시선이 향한 상황에서 봉 감독의 차기작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마블 히어로 영화 연출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은 것 또한 이런 관심을 방증한다.
봉준호 감독은 바쁜 오스카 레이스 가운데서도 꾸준히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행사에서 시나리오 강의를 위해 연단에 선 봉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 봉준호로서의 근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다음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빡빡한 캠페인 일정에도 비행기나 호텔에서 다음 작품을 위해 시간을 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