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부장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미친' 연기의 향연이 이어진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남산의 부장들'이 첫 공개됐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을 원작으로 한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이병헌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한다. 이성민이 박통 역을, 곽도원이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을, 이희준이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았다.
'남산의부장들' 이병헌은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았다. 과연 이병헌이다. 충성이 총성이 될 때까지, 서서히 변해가는 김규평의 심리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실존 인물의 헤어스타일까지 닮은 모습으로 등장해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준다. 차가우면서 절제된 분위기에서 격앙되고 뜨거운 분위기로 넘어가는 과정이 이병헌의 연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병헌은 "실존한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힘든 작업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기에 감독님이 미리 준비한 여러 가지 자료들과 증언들 뿐 아니라 혼자서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온전히 그런 자료에 기대고, 시나리오에 입각해 연기했다. 혹여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줄이거나 키우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왜곡시키지 않으려했다. 시나리오에 입각해 그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영화는 이병헌의 얼굴을 스크린 가득 담는다. 이병헌이 보여주는 무언의 표정 변화가 곧 이 영화의 서사가 된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스크린에 비쳐지는 클로즈업은 배우들이 다 감당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든 클로즈업 신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나 '달콤한 인생' 때 클로즈업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누아르 장르의 영화들은 배우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 클로즈업으로 촬영을 할 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그 감정 상태를 온전히 유지하려고 하면 고스란히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전달될 것이라 믿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남산의부장들' 박통 역을 맡은 이성민은 등장 장면부터 관객을 놀래킨다. 그때 그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돌아온듯 생생하다. 분장으로 만들어낸 귀 등 외모부터 완성했고, 제스처까지 철저히 연구한 듯 보인다.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 세 부장 사이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는 1인자를 연기하며 탁월한 밀당을 펼친다.
이성민은 "그간 많은 이들이 이 인물을 연기했다. 그래서 부담감도 있었다"면서 "분장팀, 미술팀과 같이 비슷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의상까지 당시 그 분의 옷을 제작했던 분을 찾아가 제작했다. 이 역할을 하면서, 세 부장과 어떻게 밀당을 해야할지,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어떻게 품을지, 부장들에 대한 변주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신경쓰며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남산의부장들' 곽도원과 이희준도 믿고 보는 열연을 보여준다. '남산의 부장들'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일등 공신이다.
곽도원은 "시나리오를 받고서 정치적 색채가 아닌 인물 사이의 긴장감이 마음에 들었다.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다가 그 권력이 없어졌을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려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 것들을 영화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고, 이희준은 "'뭘 어떻게 믿고 있기에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에 공감하려고 마지막까지 애썼다. 이 인물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걸 공감해내는 것이 큰 숙제였다"고 털어놓았다. '남산의부장들' 심리 묘사가 주가 되는 영화다. 덕분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들이 펼쳐내는 티키타카만으로도 긴장감이 유지된다. 이병헌과 이성민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몰입시킨다. '미친' 배우들의 '미친' 연기가 '남산의 부장들'의 최고 무기다.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2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