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왼쪽)이 여자 1500m 결승에서 상대를 따돌리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은 슬럼프를 털어냈다. [AP=연합뉴스]‘체력왕’이 돌아왔다. 최민정(22·성남시청)이 쇼트트랙 4대륙 선수권에서 전관왕으로 멋지게 부활했다.
최민정은 13일(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4대륙 선수권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32초71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날 500m와 1500m에서 우승한 최민정의 세 번째 금메달.
최민정의 질주는 개인 종합우승을 가리는 수퍼파이널(3000m)에서도 이어졌다. 출발과 동시에 다른 선수들을 두 바퀴 추월했다. 구간별 1위 보너스 포인트(5점x2회)까지 독식한 최민정은 136점 만점을 따내며 이 대회 첫 종합우승도 차지했다. 최민정은 김아랑(고양시청)·김지유(성남시청)·노아름(전북도청)과 함께 나선 3000m 계주에서도 우승하는 등 금메달을 석권했다.
올해 신설된 4대륙 선수권은 엄밀히 말하면 ‘B급’ 대회다. 월드컵 시리즈보다 수준이 낮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대회는 4대륙, 즉 아시아·아메리카·아프리카·오세아니아 국가 선수만 출전한다. 유럽 선수는 이달 말 유럽선수권대회에 나선다. 게다가 최대 경쟁자인 중국과 캐나다가 최선의 전력이 아니다. 캐나다 여자팀 에이스 킴 부탱과 중국 여자팀 1진 판커신, 취춘루, 장유팅 등이 빠졌다.
그런데도 전관왕 등극은 최민정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최근의 슬럼프를 털어냈기 때문이다. 최민정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2관왕(1500m, 계주)에 올랐고, 2019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했다. 그러나 2019~20시즌 월드컵 개인전에서 다친 발목 부상 후유증이 컸다. 회복 훈련을 통해 경기에는 나섰지만,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민정의 시그니처 기술은 ‘아웃코스 추월’이다. 키 1m65㎝, 몸무게 52㎏로 몸이 큰 편은 아니다. 대신 남들보다 짧은 보폭으로 2~3번 더 스텝을 밟아 바깥쪽으로 상대를 앞지른다. 바깥쪽으로 몸이 쏠리는 원심력을 이겨내야 한다. 대신 충돌 위험이 적다. 이 기술을 쓰기 위해선 체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바깥쪽으로 추월할 경우 안쪽보다 몇 배로 힘이 든다.
수퍼파이널 시상대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정(가운데). [AP=연합뉴스]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강점은 체력과 지구력이다. 최민정은 그중에서도 ‘체력왕’으로 꼽힌다. 어지간한 남자 선수도 능가하는 수준이다. 훈련이 끝난 뒤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개인훈련을 한다. 그렇게 키운 힘으로 자신만의 장기를 만들었다. 이번 시즌엔 부상 여파로 체력이 받쳐주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선 달랐다. 500m 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최민정은 결승전 때 가장 바깥쪽에서 출발했다. 첫 바퀴를 4명 중 4위로 돌았다. 한 바퀴가 남았을 때도 최민정의 순위는 4위였다. 하지만 무섭게 치고 나가 단숨에 3명을 동시에 따라잡고 1위로 골인했다. 1500m에서는 한 번 추월이 실패한 뒤, 다시 속력을 내 기어이 역전을 만들어냈다. 1~2년 전 최민정의 모습 그대로였다. 최민정은 “70% 정도 경기력을 회복한 것 같다”며 만족했다.
최민정은 이어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슬럼프를 털어내고) 오랜만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면서 "올해 3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자부에선 황대헌(21·한국체대)이 전관왕을 차지했다. 황대헌은 500m·1000m·1500m에서 금메달을 석권했다. 수퍼파이널에서는 7위였지만, 총점 103점으로 스티븐 두보아(캐나다, 65점)를 제치고 종합우승했다. 황대헌·박지원·김다겸·이준서(한국체대)가 출전한 남자팀도 5000m 결승에서 샤를 아믈랭이 이끈 캐나다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결린 10개의 금메달을 모두 챙기는 등 금 10, 은 2, 동 4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오는 3월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릴 세계선수권 전망도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