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와 KT가 동행한다. IS포토 2020시즌에는 기량과 멘탈이 한 단계 성숙해진 로하스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외인 타자 로하스 멜 주니어(30)는 2019년 마지막 날 KT 잔류 소식을 전했다. 계약금 5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합의했다. 총액은 150만 달러. 이로써 KT는 외인 타자 교체로 생기는 변수를 지웠고, 타선의 무게감도 유지할 수 있었다.
주목되는 지점이 있다. 계약 규모다. 그는 2019시즌은 연봉 100만 달러, 계약금 50만 달러를 받았다. 인센티브는 20만 달러. 총액과 보장 금액 모두 삭감이다. 구단은 재계약 의사를 전했고, 선수는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있었다. 지난해도 협상에서 유리한 쪽은 선수였다. 예상과 다른 결과.
KT 구단은 끌려가지 않고 고과 기준대로 선수를 평가하고, 연봉을 적용했다. 로하스가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인정받긴 했다.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2·24홈런·104타점을 기록했다. 5번 타자 역할을 준수하게 해냈고, 시즌 종료 뒤 외야수 부분 골든글러브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그러나 주전 중견수로는 낙제점을 받았다. 외야수임에도 수비율이 0.971에 불과했다. 70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중견수 가운데 최저 기록이다. 수비 범위를 평가할 수 있는 RNG(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도 -1.39에 불과했다.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는 마이너스였다.
대체 선수로 영입된 로하스는 한국 무대에서 변화구 대처 능력을 키웠고, KBO 리그 대표 역수출 선수 에릭 테임즈의 행보를 확인한 뒤 자신도 같은 길을 걷기 위해 벌크업으로 공격력 강화를 노렸다. 2018시즌에 43홈런을 치며 성과를 거뒀다.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로 치른 2019시즌도 홈런 부문 5걸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동력이 떨어졌고, 주전 중견수로는 아쉬운 수비력을 보여줬다.
타석 내실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득점권에서 0.297에 불과했다. 세 자릿수 타점 덕분에 가렸지만, 클러치 능력은 개선이 필요했다.
구단은 인센티브로 선수에게 동기 부여를 했다. 선수도 구단이 바라는 점을 이해했다. 로하스는 "차기 시즌, KT의 센터 라인이 강화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계약 소감을 전했다. 전반적으로 경기 집중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선상 파울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가 장타를 단타로 만드는 본헤드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실력은 인정받지만 프로 의식이 더 필요했던 선수다. 차기 시즌에는 달라진 자세로 임하는 로하스가 기대된다. 현시점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선수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총액이 감소한 계약을 했지만, 개선된 모습으로 시즌을 치른 뒤에는 더 후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