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팀을 떠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왼쪽)와 태업 태세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은 테일러 쿡. KOVO 제공 2019~2020시즌 V리그에 외국인 선수 악몽이 불어닥쳤다. 부상과 부적응, 기량 미달 등 다양한 이유로 외국인 선수의 얼굴이 자주 바뀐다.
이제 갓 정규시즌 반환점을 돈 가운데 남녀부에서 절반이 넘는 팀이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팀 내 비중이 아주 높은 데다 팀마다 한 명만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잦은 교체는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자 변수다.
남자부에선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우리카드, KB손해보험이 한 차례 이상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우리카드는 개막 전에 두 번이나 외국인 선수를 바꿨다. 지난 시즌 창단 첫 봄 배구를 이끈 리버맨 아가메즈와 재계약했으나 허리 통증으로 정상적인 훈련이 어렵다고 판단해 제이크 랭글로이스를 데려왔다. 하지만 랭글로이스가 기본기를 갖췄고 성장 가능성도 높지만, 한국형 외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V리그 경험이 풍부한 펠리페 안톤 반데로를 영입했다.
삼성화재는 개막 전에 조셉 노먼과 계약을 해지하고 안드레아 산탄젤로를 새롭게 영입했다. 하지만 산탄젤로는 컨디션이 늦게 올라왔고, 박철우와 포지션(라이트)이 겹치는 등 인상 깊은 활약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러시아로 떠나 트라이웃에서 새 외국인 선수를 찾은 현대캐피탈은 원했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뽑았지만,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그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현대캐피탈은 구단 프런트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다우디 오켈로를 영입해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다.
하위권에 처진 KB손해보험은 세 번째 외국인 선수 영입 초읽기에 돌입했다. 큰 기대를 모은 마이클 산체스를 부상으로 떠나보냈고, 최근에는 브람 반 덴 드라이스의 복근 부상 후유증으로 교체 수순을 밟고 있다.
여자부 상황도 만만치 않다. 가장 먼저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흥국생명이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트라이아웃에서 비교적 단신인 지울라 파스구치(189cm)를 영입했으나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불안 증세를 보여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루시아 프레스코를 영입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잘못된 외국인 농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셰리단 앳킨슨의 오른 무릎 인대 파열로 대체 자원을 찾던 한국도로공사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테일러 쿡을 데려왔다. 앞서 흥국생명에서 두 번이나 도망친 전력이 있었지만 "다를 것이다"고 생각하고 뽑았으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허리 부상을 이유로 사실상 경기에 나서지 않는 태업 태세였다. 결국 구단은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테일러는 작별 인사도 없이 한국을 떠났다.
반면 현대건설은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의 부상으로 V리그 경험이 있는 헤일리 스펠만을 데려왔고, 이후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금까지 남자부 4개, 여자부 3개 팀이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외국인 선수의 얼굴이 두 번 이상 바뀐 구단을 포함하면 교체율은 50%를 훌쩍 넘는다. 올해부터 외국인 선수 교체 횟수를 종전 1회에서 2회로 확대하면서 그 빈도 역시 늘어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자유계약제도→트라이아웃)을 변경하고, 몸값 상한선을 둬 수준급 선수들이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않는 가운데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이번 트라이아웃에서는 비자 발급 문제로 선수 의사와 관계없이 불참자가 많았다. 한국배구연맹은 2020~2021 트라이아웃은 비자 발급이 더 원활하고, 이동 거리도 비교적 짧은 동유럽에서 개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