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호 영화 '나를 찾아줘(김승우 감독)'는 개봉 전 주목받은 만큼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는 못 했다. '겨울왕국2'와 맞대결을 벌인 데다 어둡고 처절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흥행에 불리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이대로 묻히기는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다. 그 아쉬움 가운데 배우 종호가 있다.
종호는 '나를 찾아줘'에서 넙치를 연기했다. 폭력에 익숙해져있는,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행하기도 하는 거구의 수배범. 길에서 마주치면 오금이 저릴 법한 캐릭터다. '진짜 범죄자를 데리고 온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리얼한 연기를 펼쳤다.
직접 만난 종호는 영화 속 넙치와는 정반대의 배우였다. 체중을 40kg이나 감량한 터라 외모부터 달라졌고, 영화 속 무시무시한 표정 대신 수줍은 미소를 더 많이 지어보였다. "연기를 하면서 제일 행복하기에 포기하지 않는다"는 종호. 지금도 부지런히 오디션장을 누비며 꿈을 키우고 있다. 종호
-본명이 김종호인데, 아이돌 같은 예명이다. "김종호라는 이름이 각 분야에서 유명인사가 많다. 배우는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이 주신 이름에서 성을 빼고 예명을 정했다."
-오디션 통해 캐스팅된 건가. "오디션 볼 수 있는 기회를 프로필을 내고 받았다. 오디션에서 이영애 선배가 연기한 정연과 넙치가 초반에 만나는 장면을 연기했다. 그렇게 오디션 3번째에 감독님이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 이 기회가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준 선물이다."
-영화 속 모습과 비교하면 몰라볼 정도로 체중을 감량한 것 같다. "원래 100kg 정도로 유지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넙치 역으로 캐스팅이 되고 120kg까지 찌웠다. 지금은 거기서 40kg을 빼 유지하고 있다. 단기간에 몸을 만들어보자해서 3개월만에 완성했다. 다이어트를 하며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결과가 뿌듯하게 잘 나와서 좋다."
-쉽지 않은 역할인데, 몰입이 쉽지 않았겠다. "몰입을 계속 유지해야할 경우에는 선배님들도 배려해주셨다. 몰입이 깨지지 않게 도와주셨다. 현장에서는 아역 배우를 제외하곤 막내였는데, 배려해주시고 이해해주셔서 한 순간 순간이 감사하다." 종호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행하기도 하는 캐릭터다. "촬영 구도상 진짜 맞아야하는 컷도 있었는데, 촬영 당시엔 넙치가 되려고 노력했기 떄문에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크게 힘들지 않았다. 아역배우들과는 아역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배우 동료로 친하게 지냈다. 제가 아이들을 때려야 하는 신에서는 '한번에 끝내자'는 생각을 하며 한 번에 찍으려고 했다. 물론 진짜 때린 것은 아니고, 이 친구들이 힘들지 않게 무술 감독님과 합의 하에 촬영했다."
-아역 배우들과 친하게 지냈다는 것이 반전이다. "정말 배려했다. 엄청 친했다. 아이들이 먼저 포옹을 하기도 하고 고맙다고 하더라.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 나눴었다. 작품만 봤을 때는 오해하실 수도 잇을 것 같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이 영화가 토론토 영화제에도 가게 돼 감회가 남다르겠다. "감독님이 '토론토에 가게 됐다'고 먼저 전화를 주셨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조심히 다녀오시라고 이야기했다. 토론토 관객 분들이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너무 센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이런 캐릭터가 있으면 또 하고 싶다. 부담은 컸다. 근데 그 부담은 촬영에 들어가면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 같았다. 부담을 없애려고 촬영장도 미리 가보고 많이 여쭤봤다. 넙치에 더 다가가려고 했다. 촬영 시작할 떄쯤엔 부담감이 덜해졌다."
-이영애와 호흡은 어땠나. "첫 대본 리딩 때 만났다. 평생에 한 번 만나볼 수 있을까, 생각도 안 해봤었다. 꿈 같았다. 많이 말을 나눠보지는 않았는데, 계속 들어주시고 의견도 말씀해주셨다. 항상 만나면 잘 해주셨다." 종호
-유재명과는 거의 붙어 있다. "유재명 선배는 함께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엄청 챙겨주셨다. 의견을 말하면 편한대로 하라고 배려해주시더라. 혼자 다니다보니까 본인 차도 선물해주셨다. 제 첫 차로 잘 타고 다니고 있다. 제가 선배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하겠다. 유재명 선배가 닦아놓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 길을 닦은 분을 직접 뵙고 연기하는 모습도 영광스럽게 볼 수 있었다. 본 받을 점이 만은 선배인 것 같다."
-롤모델은 박정민이라고. "모든 훌륭한 선배들이 다 제 롤모델이다. 어떻게 연기하는지 궁금한 배우가 박정민이다. 박정민 선배의 작품을 거의 다 봤다. 항상 제 마음을 흔들더라. 이 분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에세이도 사서 읽었다. 멋진 선배이기 이전에 멋진 사람인 것 같다. 선배와 친해져보고 싶다."
-계속 연기만 바라본다는 것은 고독한 일일 것 같다. "연기가 본업이고, 본업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제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행복을 놓치기 싫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몇 번의 오디션을 봤나.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70~80번 봤다. 오디션을 보고 붙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선을 다 한 것이라고, 거기서 제 마음 속으로 마무리를 한다. 선택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것을 힘들게 생각하면 안 된다."
-'겨울왕국2'와 함께 개봉했다. 배급 시기에 아쉬움도 있을 텐데. "더 많은 분들이 '나를 찾아줘'를 보셨으면 좋았을 테지만, '나를 찾아줘'도 좋은 작품이고 '겨울왕국2'도 좋은 작품이다. 감히 흥행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종호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김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