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은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카페 제르베에서 ‘동백꽃 필 무렵’ 종방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정은이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배우 이정은 ‘동백꽃 필 무렵’ 에서 동백(공효진)을 버린 친모 정숙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진경 기자 kim.jinkyung@jtbc.co.kr/2019.12.05/
배우 이정은(50)의 전성시대다.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해 28년 동안 한 길만 보고 달려왔다. 무명시절이 길고도 길었지만 연기가 좋았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 뚝심 있게 걸어왔다. 지금에 와서는 "그게 관종의 힘인가"라고 웃어 보였지만 긍정적인 이정은의 에너지가 위기를 이겨낸 원동력이었음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지난 6월 취중토크로 만났던 이정은과 반년 만에 재회했다. 그 사이 흥행 엔진은 쉼이 없었다.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을 통해 공효진과 모녀 호흡을 맞췄다. 진한 모성애를 전한 정숙 역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KBS 미니시리즈 중 가장 좋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종회에서 23.8%(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었다.
올해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조연상을 수상했던 이정은.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 진출하는 영광을 품에 안았고 황금종려상으로 팀 전체가 기쁨을 만끽했다. 제24회 춘사영화제 여우조연상,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까지 섭렵하며 '상복(福)'을 입증했다. "어머니가 올해 삼재라고 했는데 호삼재가 들면 나쁘지 않다고 하더니 호삼재가 들었다 보다"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변함없는 인간미 넘치는 미소로 반겨줬다. 호감을 주고받을 줄 아는 배우, 이정은은 볼수록 매력 넘치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배우 이정은
-'동백꽃', '기생충'의 인기를 실감하나. "지방에 가면 아무래도 '동백꽃'을 좋아해 준 어르신이 많아 '동백 엄마다!'라면서 반겨준다. 촬영할 때도 많은 분이 보러 와줬다. 촬영과 방송을 병행하니 그 인기를 더욱 실감했다. '기생충' 잘됐을 때 인기는 현장에서 실감했다. 그건 작업하는 분들이 영화라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배우한테 한 장면을 만들 때 연기가 잘 나올 수 있게 편하게 만들어주신다. 내가 약간 사람들한테 보호받고 있구나, 환영받고 있구나 인기를 실감하게 하게 됐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와 '동백꽃'의 이미지가 극과 극이었다. "다른 이미지가 묻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뭐만 하면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해서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근데 작품을 하면서 좋은 쪽으로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다. '타인은 지옥이다' 덕분에 별 의미 없이 가볍게 얘기해도 의심하더라. 스릴러적인 요소에 공헌해준 느낌이다."
-그래서 까불이로 의심을 받기도 했다. "처음엔 좀 억울했는데 뒷 내용을 아니까 언젠가 오해가 풀리면 커다란 반전이 되지 않을까 싶어 견뎠다. 중간중간 마음이 나 역시 50대 50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처음엔 고사했다고 들었다. "tvN '아는 와이프'라는 작품으로 치매 걸린 엄마 연기를 했다. 나이에 비해 이른 치매였는데 두 번째에도 비슷한 역할이 들어오니 고사했다. 그런데 작가님과 감독님이 되게 다른 이야기가 될 거라고 연말에 따뜻한 위로를 주고 친정 엄마한테 전화 한 번 더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될 거라고 설득했다. 그 설득으로 하게 됐는데 놓쳤으면 큰일 날 뻔했다.(웃음)"
-어떤 작품을 보고 섭외를 한 것인가. "'쌈, 마이웨이' 때 내가 하는 걸 보고 기존 어머니 스타일과 좀 다른 것 같다고 느꼈다더라. 갑자기 민간인 같은 사람이 얼굴을 들이미니 좋게 봤던 것 같다. 이번에도 내가 하면 엄마라는 사람을 특별하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임상춘 작가가 해준 말은 없나. "종방연 때 처음 봤다. '전사가 어려웠을 텐데 책임감 있게 소화해줘서 고맙다. 동백 엄마 역할을 잘해줘서 감사하다'고 하더라. 나도 이런 좋은 역을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작은 거인이라고 생각했다. 체구는 작지만 남 앞에 잘 나타나지 않고 글만 쓰겠다고 한다. 진짜 순수한 작가다."
배우 이정은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카페 제르베에서 ‘동백꽃 필 무렵’ 종방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정은이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배우 이정은 ‘동백꽃 필 무렵’ 에서 동백(공효진)을 버린 친모 정숙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진경 기자 kim.jinkyung@jtbc.co.kr/2019.12.05/
-미혼인데 모성애 연기를 너무 잘했다. "모성을 연기했다기보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낀 다음 세대에 대한 애정을 담아 연기했다. 주변에 동백이나 필구 같은 존재가 있다. 한부모 가정도 많아서 그런 일상을 보낸 게 도움이 됐다. 일상을 같이 하니 정이 들고 사람들의 정이 아이들을 키워낸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 동기에서 출발해 연기했다."
-공효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전화 통화할 때도 '엄마'라고 하는데 마음은 언니 같았다. '언니가 엄마 하기엔 젊지' 그랬는데 연기할 때는 감정에 바로 이입했다. 효진 씨가 연기하는 모든 배역의 드라마를 봤고 10살 어리지만 작업 방식이나 연기 스타일을 존경한다.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대사를 들으면 대사 같지 않게 한다. 듣고만 있어도 리액션이 절로 나온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흥식을 용기 내 찾아가는 장면이 스릴러적이었다. 바바리 옷을 입고 아줌마도 할 수 있다면서 살인자와 마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엄마의 담대함이 느껴졌다. 실제 나였다면 까불이 못 만난다.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눈매가 매력적이다. "옛날엔 눈이 작다고 했다.(웃음) 요즘은 눈으로 연기할 줄 안다고 하더라. 어머니가 '너무 못생겼는데 네 얼굴 중 하나 건질만한 게 눈'이라고 하더라. 어릴 때는 이 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영화나 드라마를 하면서 정서적인 영향으로 변한 것 같다."
-정숙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동백보다 더 슬픈 삶을 살았다. "'미혼모가 갓난아이를 버리고 갔다' 이런 걸 신문에서 보면 '어떻게 버릴 수 있어!'라고 욕했다. 그런데 조정숙이란 인물을 소화하면서 상상하지 못한 이면의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사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선입견이 강한 사람이었더라. 아픈 사연이 많은 것 같다. 엄마만 엄마가 되는 걸 강요할 수는 없다. 주변 이웃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다.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