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양의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시종 기자 한솥밥을 먹으며 두산 안방을 지키던 포수들이 이제는 각자의 길에서 정상을 향하고 있다. 경쟁에 스며들어 있는 끈끈한 인연은 언제나 흥미를 자아낸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32·NC)는 지난 9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총 유효표 347표 가운데 316표를 얻고 수상자로 선정됐다. 타격 3관왕에 올랐고, 2018시즌 최하위던 NC를 5위로 끌어올렸다. 당연한 결과였다.
양의지는 이종범 전 LG 코치가 해태 소속이던 1993~1994년에 해낸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최다 득표 달성에 역대 두 번째로 도전했다. 그러나 325표를 받은 유격수 부분 수상자 김하성(24·키움)에 의해 무산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양의지는 아쉬움이 없었다. 최다 득표 선수가 시상식 뒤 케이크 커팅을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민망한데)안 해서 다행이다"며 웃었다.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의 최다 득표를 저지한 선수가 18표를 얻은 전 소속팀 후배 박세혁(29·두산)이라는 사실을 전하자 양의지는 "아마 앞으로는 (박)세혁이가 더 많은 표를 받을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은 양의지가 NC로 이적한 상황에서도 내부 동요가 적었다. 준비된 주전인 박세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세혁은 올 시즌 풀타임을 치르며 타율 0.279·4홈런·63타점·58득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3루타를 기록했다. 두산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NC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결승타를 치기도 했다.
양의지의 최다 득표를 저지한 다른 한 포수는 한화 최재훈(30)이다. 그는 안방에서 주전 포수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타율 0.290을 기록하며 '공격형' 포수로도 손색이 없는 기록을 남겼다.
두산 시절 (왼쪽부터) 박세혁·양의지·최재훈의 모습. 두산 제공 두 포수 모두 두산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최재훈은 2008년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2013년 포스트시즌에서 부상으로 이탈한 양의지의 공백을 메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탁월한 도루 저지 능력을 발산했다. 2012년에 입단한 박세혁은 2016년부터 80경기 이상 출전하며 미래의 주전으로 인정 받았다.
세 선수는 최재훈이 2017년 4월에 한화로 이적하기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군 입대 시점 탓에 나란히 1군 무대에서 뛴 시간은 적다. 그러나 2012~2013시즌에는 세 선수가 1000이닝 이상 합작했다. 한 팀의 안방을 지키는 인원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도움을 줬다.
양의지는 "나와 (박)세혁이 그리고 (최)재훈이 모두 두산 포수로서 같이 고생하고 땀을 흘린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 시절 포수 조련사인 김경문 감독, 현 두산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의 지도 아래 함께 성장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양의지가 빼놓지 않은 선수가 또 한 명이 또 있다. 김재환(31)이다. 원래 포수던 그는 2016시즌을 앞두고 외야수로 전환했다. 포지션 전환 뒤 기량이 만개했지만, 양의지에게는 같은 포지션에서 동고동락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도전 소식을 듣고 이 점을 언급한 양의지는 "계약이 잘 돼서 슈퍼 스타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남겼다.
양의지는 자신이 롤모델로 여기던 강민호처럼 골든글러브 5회 수상을 해냈다. 이제 후배들과의 경쟁이다. 자신의 말처럼 최재훈, 박세혁이 자신의 자리를 넘볼 수 있다. 그는 "실력이 떨어지지 않게 노력하겠다"며 정상에서 후배들의 도전을 받으려는 의지를 전했다.
두산 출신 포수들의 최고를 향한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진한 인연으로 얽힌 세 선수. 그리고 도전을 시작한 전직 포수. 리그에는 흥미를 자아낼 수 있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