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이나 얼굴 인식 등에 이어 정맥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시대가 왔다. 최근 은행들이 생체(바이오) 정보를 활용한 금융거래 상용화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정맥’을 통한 바이오 인증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정맥인증을 통한 본인확인과 출금이 가능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렸다. 정맥인증 방식이 보안성 등 심의 결과 신뢰성이 높은 본인확인 수단으로 인정된 데 따른 결과다.
정맥인증은 손바닥 표피 아래 혈관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사람마다 고유한 혈관 특성이 있어 위조나 변조가 어렵고, 유사한 바이오인증 방식인 홍채인증보다 안전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카드나 통장처럼 분실이나 도난 우려가 없으며, 정맥정보도 암호화를 거쳐 금융결제원과 분산 보관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보안성도 높다.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통장이나 인감, 현금카드 없이 손바닥(정맥)만 대면 은행 창구나 현금자동지급기(ATM)에서 예금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정맥 인증만으로 영업점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7일 해당 서비스를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 시행했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 4월 50개 영업점을 시작으로 6개월간 총 284개 영업점에서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이 기간 약 5만명 고객이 서비스를 신청했고 3만2000여 건의 예금지급과 1만9000여 건의 ATM(현금자동인출기) 바이오 출금이 처리됐다.
국민은행은 고객 의견을 반영해 외화예금, 펀드, 신탁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상품의 출금·송금·해약 업무뿐만 아니라 각종 증명서 발급 등 46개 거래도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가능하도록 개편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대표는 “손으로 출금 서비스 확대 시행을 통해 고령층 창구거래 편의성과 영업점의 업무 효율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국민은행 이용고객 1800만명 중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고객은 약 300만명이고 이 중 26.7%인 80만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손으로 출금 서비스는 금융회사와 금융결제원간 고객의 바이오정보를 분산 보관하는 기술이 바탕이 됐다. 고객이 등록을 요청하면 은행과 금융결제원은 생체정보를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2개의 조각으로 분할해 보관한다. 해킹위험을 방지하고 고객 정보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바이오정보는 원본이 아닌 패턴화와 2번의 암호화를 거친 문자 파일이 수집된다. 이후 본인 인증 시 두 기관의 보관정보를 결합해 일치할 경우 출금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손으로 출금 서비스가 기존의 통장 기반 거래 관행을 대체하고 거래 시간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정맥인증 시장에 뛰어든 곳은 Sh수협은행이다. 지난달 25일 정맥인증으로 ATM 거래가 가능한 '핸즈Up 뱅킹' 서비스를 도입했다.
수협은행과 회원 수협 영업점에서 손바닥 정맥과 계좌정보 등록 후 바이오인식 센서가 설치된 전국 200여 개 영업점 365자동화코너 ATM 기기를 이용하면 된다.
이번 핸즈Up 뱅킹 서비스 도입에 따라 자연재해나 카드분실, 도난, 훼손 발생 시에도 별도 신분증이나 통장, 카드 같은 인증 매체가 없어도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핀테크 기술 발전하고 인터넷은행이 출현 등에 따라 비대면 본인 인증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정확한 인증에 대한 고객 요구가 증폭됐다”며 "여기에 정부의 공인인증서·보안카드·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 의무사용 폐지 정책까지 맞물리며 은행들은 금융거래에 바이오 인증 기술을 입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