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장외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경계는 사라진 지 오래, 화제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tvN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tvN D ENT는 그룹 SF9 로운이 출연한 tvN 방송 영상을 재편집해 올렸다. '선다방' '놀라운 토요일' 등 예능 속 활약과 '어바웃 타임' 속 키스신까지 지난 일주일간 6개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는 로운이 MBC 수목극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에 하루 역으로 출연하며 높은 온라인 화제성을 자랑한 덕분이다.
경쟁 방송국의 성과이지만 유튜브에서는 그런 구분이 필요 없다. tvN D ENT는 '어쩌다 발견한 로운' '만화인가 4D인가' '만화 찢고 나온' 등으로 로운이 '어하루'에서 얻은 이미지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섬네일을 꾸미고 제목을 붙였다. 로운뿐만 아니다. 김혜윤이 JTBC 드라마 'SKY 캐슬'로 주목받기 전 tvN '도깨비' OCN '나쁜 녀석들' '터널' 등에 짧게 등장한 장면을 모아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었다. 제목에는 '어하루' 속 김혜윤 배역인 '단오'를 그대로 썼다.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속 이재욱을 모아놓은 영상은 '2G폰 쓰는 백경' '백경이 우는 것 볼 사람' 등 더욱 직접적으로 '어하루'에 쏠린 관심을 이용했다.
tvN이 가장 적극적이고 MBC나 SBS도 고군분투 중이다. SBS는 로운이 출연한 '여우각시별' '정글의 법칙' 영상을 재편집해 올렸다.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 강하늘의 인기도 유튜브가 증명하고 있다. 강하늘이 SBS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한 장면을 모아 '촌므파탈 강하늘'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촌므파탈'은 '동백꽃 필 무렵' 속 강하늘(황용식)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촌스러움과 옴므파탈의 합성어다. 섬네일엔 '용식이 과거 모습'이라는 자막을 썼다. MBC는 강하늘이 2013년 출연한 드라마페스티벌 '불온' 리뷰 영상을 올리며 '옹산의 황용식이는 전생에도 살인 사건을 수사한 겨'라는 제목을 달았다. 방송사 유튜브 채널은 프로그램 하이라이트나 클립·예고·메이킹 영상 등을 공개하던 보수적인 방식을 벗어나고 있다. SBS '순풍산부인과' MBC '보고 또 보고' KBS 2TV '공포의 쿵쿵따' 등 과거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을 고화질로 공개하는 것도 처음엔 획기적이었지만 이젠 누구나 다 하는 당연한 콘텐트가 됐다. 방송 관계자는 "무한 경쟁이다. SBS가 '인기가요' 스트리밍으로 화제를 모으자 MBC, KBS에서도 유사한 기획을 내놨다. 이런 복고 콘텐트 스트리밍도 몇 달 만에 지나간 유행이 됐다"고 심화한 경쟁의 단면을 언급했다.
이제는 가지고 있는 콘텐트를 단순히 다시 올리는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떤 주제로 '매시 업(mash-up)'하느냐가 관건이다. 방송사에서 디지털 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유튜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모든 방송국이 매시 업콘텐트를 쏟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트 소비자들은 이런 변화를 반긴다. 한 누리꾼은 "다른 방송사의 드라마, 배역을 직접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재밌다. 관심 있는 배우의 전작들이 궁금했는데 모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