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21·LG)이 가을 무대에서의 아픔을 털고, 생애 처음 발탁된 성인 대표팀에서 다시 출격을 준비한다.
출발은 좋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오는 6일 C조 예선 호주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10월 29일 가진 상무와 연습경기에 불펜진을 시험했다. 문경찬(KIA)을 시작으로 원종현(NC)-고우석-하재훈(SK)까지 4개 구단 마무리 투수를 잇달아 투입했다.
고우석이 가장 깔끔했다. 4-1로 앞선 7회 등판해 공 9개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박성한은 외야 뜬공, 홍현빈과 권정웅은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이날 마운드에 선 5명의 투수 중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투수는 고우석이 유일했다. 고우석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건 처음이라 살짝 긴장했다. 한동안 실전 경기에 나서지 않아 컨디션이 궁금했는데 느낌이 좋다"고 웃었다.
'프로 3년 차' 고우석은 올해 65경기에서 8승2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혔다. LG가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있어 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과 호투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생애 처음 밟은 포스트시즌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아픈 기억이 생겼다. 10월 6일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 9회 말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고, 다음날 2차전에서는 9회 말 등판해 2사 이후 동점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LG는 두 경기 모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3일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아슬아슬한 세이브를 올린 그는 9일 준PO 3차전에서 4사구 2개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세이브를 챙겼다.
LG의 포스트시즌 마감 후 보름여가 지난 뒤 고우석은 "처음부터 잘 풀렸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모두 지나간 경기다"고 얘기했다.
아픈 경험이다. 하지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한 그는 좌절보단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 애쓰고, 또 노력했다. 마음가짐도 단단하게 먹었다. 고우석은 "왜 맞았는지 스스로 계속 물어보고, 팀 선배들로부터 좋은 조언도 들었다"며 "너무 깊은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으니) 내년에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런 책임감과 의지가 이번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직구의 최고 구속이 152㎞까지 나왔다. 김경문 감독은 "고우석이 좋은 공을 갖고 있다. 변화구 하나만 제대로 갖추면 클래스가 달라질 것이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대표팀에서 활약은 그에게 또 다른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표팀에는 고우석을 비롯해 하재훈·문경찬·원종현, 또 포스트시즌에서 무서운 위력을 떨친 조상우(키움) 등 마무리 투수 자원이 넘쳐난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 마무리 투수를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를 위급한 순간에 먼저 기용한다는 구상이다.
고우석은 "대표팀에서 마무리 투수 보직에 큰 욕심은 없다"라며 "KBO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다. 등판 기회가 오면 내 역할을 잘하고, 우리나라가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