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 짜릿한 가을 반전 스토리로 창단 50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워싱턴은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의 WS 7차전에서 6-2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3패를 기록한 워싱턴은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했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만들었다. 워싱턴은 역대 WS 원정 경기에서만 4승을 거둔 유일한 챔피언이 됐다. 휴스턴 원정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이기고 기분 좋게 홈으로 돌아간 워싱턴은 3~5차전을 내리 패해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6~7차전 역전승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MLB닷컴은 "메이저리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농구(NBA)를 통틀어 7전 4승제로 열린 시리즈 1420경기에서 6차전까지 양 팀이 원정에서만 3승씩 챙긴 경우는 처음이었다. 워싱턴이 최초의 원정 4승 우승 사례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연고로 한 메이저리그 팀이 WS에서 우승한 건 1924년 워싱턴 새네터스(현 미네소타 트윈스) 이래 95년 만이다. 워싱턴은 1969년 창단한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후신격으로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미국 수도 워싱턴 D.C.로 홈을 옮긴 지 14년 만이자 몬트리올 시절을 포함해 창단 최초로 WS를 제패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워싱턴의 시즌 출발은 불안했다. 개막 후 50경기까지 19승31패(승률 0.396)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5월 25일 이후 74승38패의 성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문가들은 당초 워싱턴의 우승 확률을 9%로 예상했다. 지난 2007년 콜로라도 로키스 이래 12년 만에 WS에 등장한 최약체 팀이라고 했다. 워싱턴은 이를 비웃듯 가을 무대에서 강력한 '언더독'을 보여줬다. 특히 지면 탈락인 경기에서 5번을 모두 이겼다. 지난 2일 밀워키와 단판 승부로 가진 와일드카드 결전전에서 1-3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8회 말 2사 만루에서 후안 소토의 2타점 적시타에 이은 상대 실책으로 4-3 역전승을 거뒀다. 극적으로 오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는 LA 다저스를 만나 1승2패로 뒤진 4차전에 6-1로 이겼다. 5차전에선 1-3으로 뒤진 8회 선두 앤서니 렌던과 후속 소토가 구원 등판한 클레이튼 커쇼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뽑아 동점에 성공했다. 그리고 연장 10회 초 하위 켄드릭의 만루 홈런으로 또다시 극적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까지 진출했다. 세인트루이스와 NLCS는 4전 전승으로 가볍게 통과했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0.660)이자 2년 만에 WS 우승에 도전한 휴스턴을 맞아서도 역사를 썼다. 원정 1~2차전 승리, 홈 3~5차전 패배로 막다른 코너에 몰린 워싱턴은 6차전에서 시리즈가 7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선발 투수로 내정한 맥스 슈어저를 불펜 대기시키는 초강수까지 둔 끝에 7-2로 이겼다. 지난 28일 5차전 선발 등판 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주사 치료까지 받은 슈어저는 31일 7차전에 등판해 5이닝 2실점했다. 반면 타선은 상대 선발 잭 그레인키에 막혀 6회까지 단 한 점도 뽑지 못해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7회 앤서니 렌던이 그레인키에게 솔로 홈런을 뽑았고, 하위 켄드릭의 2점 홈런으로 순식간에 3-2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어 8회 후안 소토의 적시타와 9회 애덤 이튼의 2타점 안타를 묶어 6-2로 승리했다. 월드시리즈 2차전과 6차전에서 휴스턴의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와 선발로 붙어 2승을 따낸 우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스트라스버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