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맥주 '카스' 가격을 또 다시 내린다. 지난 4월 카스 등 주요 맥주 가격을 인상한 지 6개월 만의 원상 복귀다. 내년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국산 맥주 소비진작을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하이트진로의 새 맥주 '테라'의 돌풍을 의식해 오비맥주가 오락가락 가격 정책을 이어오다 결국 가격 인하로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1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날부터 2020년 말까지 카스의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한다.
이에 따라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 500㎖는 1203.22원에서 1147원으로, 테라 병맥주 500㎖ 출고가(1146.66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린다.
오비맥주 측은 "내년부터 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면 맥주의 국내 생산이 활성화돼 수입제품에 비해 국산맥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종량세 도입을 촉구하고 국산 맥주 중흥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병맥주(500㎖) 출고가를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인상하는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 바 있다.
오비맥주가 6개월 만에 카스의 가격을 내린 것을 두고 일부에는 흔들리는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맥주 시장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과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 등장 등으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3월 선보인 테라는 출시 100여 일 만에 1억병이 판매되는 등 주류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오비맥주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 지역에서의 맥주 점유율은 테라가 카스를 앞지른 곳도 있다"며 "테라가 초반 돌풍을 이어가다 보니 오비 입장에서도 가격 조정이라는 지푸라기를 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비맥주가 테라 견제를 위해 여름에도 한시적으로 가격 인하 이벤트를 펼쳤지만 식당 등 업소에서 테라 인기가 높아져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이번 일로 카스와 테라의 출고가가 비슷해지긴 했지만 테라 인기를 막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예인 안 쓰던 카스, 손나은 투입
카스의 새 광고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오비맥주는 이달 초 카스의 신규 광고 '캬~, 갓 만든 생맥주의 맛'을 최초로 공개하고 새로운 광고모델인 에이핑크 손나은과 개그맨 김준현을 소개했다. 특히 여자 연예인을 메인 모델로 앞세운 것은 2010년대 들어 처음이다.
카스는 그 동안 남성 모델을 주로 발탁해 젊은 이미지를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2013년 이종석·김우빈을 시작으로 2014~2015년 빅뱅 탑, 2015년 최시원·샘킴, 2016년 서강준, 2017년 지코, 2017~2018년 고든 램지, 2019년 상반기 장기하가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는 유명인보다 주로 일반인 모델을 앞세워 젊은층에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는 식으로 광고를 진행해 왔다.
오비맥주가 기존 방침을 깨고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은 내부적으로 최근 카스 광고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앞서 일반인을 기용해 선보인 'YASS' 광고 시리즈는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선보였지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였다"며 "광고는 직관적으로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맛 표현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김준현, 손나은을 기용해 광고를 제작했다"고 사정을 전했다.
일부에서는 테라의 판매량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오비맥주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커진 것이 광고 전략 기조 변화를 이끈 것으로도 해석한다. 실제로 광고 업계에서는 몇 년 간 좋은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구축해왔던 공유의 모델 기용이 테라 상승세의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배우 공유를 앞세워 테라를 적극 홍보하며 효과를 얻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전략을 바꿔 이번에 연예인 모델을 적극 기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 동안 남성 모델을 앞세웠던 원칙을 깨고 여성 모델인 손나은을 메인 모델로 발탁한 것도 고객층 확대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