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 다저스)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에서 시즌 평균자책점을 2.32까지 낮췄다. 경기 전 기록은 2.41로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2위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2.43)과의 격차가 0.02였다. 디그롬은 시즌 등판을 모두 마친 상황.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 샌프란시스코전 결과에 따라 평균자책점 순위가 바뀔 수 있었지만, 류현진은 중압감을 견뎌냈다. 아시아 투수로는 사상 첫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 홀더가 됐다.관심을 끄는 건 이제 사이영상 투표다. 최근 10년 동안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 투수 10명 중 그해 사이영상을 받은 선수는 7명. 70%의 높은 확률이다. 대부분 투수가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사이영상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에는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 지난 시즌엔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가 '평균자책점 전체 1위=사이영상 수상'이라는 공식을 이어갔다.
다만, 2012년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2015년 잭 그레인키(당시 LA 다저스) 그리고 2016년 카일 헨드릭스(시카고 컵스)는 고배를 마셨다. 커쇼는 그해 20승을 올린 R.A 디키(당시 뉴욕 메츠)에 밀렸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그레인키는 마찬가지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제이크 아리에타(당시 시카고 컵스)에 수상 영광을 내줬다.
2016년 헨드릭스는 류현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헨드릭스는 그해 16승 8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수준급 성적을 찍었다. 하지만 사이영상 투표에선 3위로 기대를 밑돌았다. 대신 20승 7패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한 맥스 슈어저(워싱턴)가 1위를 차지했다. 헨드릭스는 평균자책점에선 슈어저를 압도했지만, 승리와 이닝 소화 능력에서 뒤처졌다. 특히 탈삼진에서 284:170으로 크게 밀렸다.현재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 중인 류현진의 가장 큰 맞수는 디그롬이다. 디그롬은 2016년 헨드릭스 때와 비슷하게 평균자책점과 다승에선 류현진에 뒤지지만, 이닝과 탈삼진, 피안타율, WHIP(이닝당 출루허용)를 비롯한 세부 지표에선 앞서 있다. 특히 후반기 성적이 7승 1패 평균자책점 1.44로 압도적이다. 전반기까지 류현진의 수상 가능성을 크게 점치던 현지 언론도 디그롬의 우세를 예상하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이 발표한 마지막 사이영상 모의 투표에선 디그롬이 1위, 류현진은 슈어저에 뒤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면서 디그롬과의 격차를 꽤 줄였다. 위대한 시즌을 보낸 류현진, 과연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웃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