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옥란면옥'으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이설은 '나쁜 형사'로 단숨에 주연을 꿰찼고,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도 여주인공으로 맹활약했다. 그를 수식한 단어 '괴물 신인'을 입에 올리자 이설은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앙다문 입술에 고양이 같은 눈꼬리 때문에 첫인상은 차가웠지만, 얘기하면 할수록 '천진난만하다'는 주변의 평가에 수긍하게 됐다. 인터뷰 내내 따로 준비해온 작은 노트에 질문과 답변을 메모하는 모습은 또 천진난만함 속 단단한 내실을 엿보게 했다.
-정경호와는 어땠나. "엄청 선배님인데도 나를 친구처럼 대해줬다. 또 같이 나오는 신이 아니더라도 모니터링을 해줬다. 조언도 해주고, 편집된 걸 보면서도 코멘트를 많이 해줬고, 도움이 될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면 추천도 많이 해줬다.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티격태격하는 신이 많았는데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무대에 올라서 연기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겠다.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라 아주 무서웠다. 선배들에게 어디 가지 말고 있으라고, 힘을 달라고 했다. 홍대 버스킹 찍는 날은 정말 촬영이 끝난 선배들도 끝날 때까지 옆에 있어 줬다. 계속 앞에서 격려해준 덕분에 힘을 내서 할 수 있었다. 앞에 단역 배우분들이 10~20명 정도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엄청 많은 사람이 모여서 보고 있었다. 그때 가수들이 느끼는 희열과 행복을 조금 경험해본 것 같다."
-거의 민낯으로 나온 것 같다. "사실 화장을 정말로 하지 않겠다고 떼를 썼지만, 감독님이 조금은 해야 한다고 해서 연하게 했다. 화장보다도 머리를 매일 꽉 묶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머리가 많이 빠져서 힘들었다."
-시청률은 아쉬웠다.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워낙 즐겁게 촬영했고, 또 사전 제작이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종방연도 분위기가 좋았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데뷔 이후 평범한 캐릭터는 하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그런 작품이 나를 찾아오는 것 같다. 신기하다. 도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국 드라마도 많이 다양해지고 있고, 그런 시점에 독특한 작품을 하게 된 것도 복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엔 첫인상이 차갑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을 것 같다. "처음엔 다들 오해한다. 그런데 내 성격이 오히려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이라서 그런 오해는 금방 해소되는 편이다. 또 한 달 정도 만나면 아니라는 걸 알아준다." -몇 작품 하지 않았지만 평가에 오르내림이 있는 편이었다. 그런 것엔 초연한 편인지. "개선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댓글도 다 보는 편이고,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사실 '나쁜 형사'를 했을 땐 본의 아니게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듣다 보니 면역도 생기고 오히려 댓글을 남겨주는 게 감사하기도 했다. 정말 맞는 지적을 해주는 분들도 있어서 잘 참고해서 다음에 반영하려고, 유연하게 생각한다."
-댓글을 읽다 보면 상처받을 때도 있지 않을까. "재밌다. 세상에 이런 욕을 한단 말인가 싶은 댓글도 있다. 상처는 받지 않는다. 의견을 반영은 하되 너무 따라가지는 않으려고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불안감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좋은 스태프, 감독님, 배우 선배들을 만나서 부족하지만 채워나가면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후에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될지 모르니까 불안감이 있다. 아직은 주변 환경에 영향도 많이 받고 도움도 많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처럼 좋은 환경에서만 일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두려움이 있다. 그런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있다."
-차기작은 검토 중인가. "좀 쉴 것 같다. 사실 욕심 같아선 끝없이 일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무리가 있다. 더 좋은 걸 위해 쉬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쉬면서도 알차게 지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