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홍 이웃벤처 대표가 호텔처럼 아파트에 룸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리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호텔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 정돈해주는 침구와 깨끗하고 물기 없는 화장실 때문일 것이다. 호텔 특유의 청결함에 반해, 호텔 ‘룸 클리닝’ 서비스를 아파트에 옮겨놓은 이가 있다. ‘호텔리브(HOTELIV)’를 운영하는 김지홍 이웃벤처 대표다.
김 대표는 “수도권에 있는 산에 올라가면 아래로 온통 아파트다”라면서 “아파트는 거의 똑같이 생겼으니, 한 단지에서 성공하는 아이템을 만들면 모든 아파트에서 잘 팔리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았다”라고 말했다.
2017년 6월 시작한 호텔리브 서비스는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 아파트에서는 “우리 아파트에도 서비스해주면 안되냐”며 오히려 영업을 ‘당할’ 정도였다.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김 대표를 만나 호텔리브에 대해 물었다. 그는 “고객의 가장 아픈 부분부터 시작했다. 욕실이다”라며 “욕실은 99%가 똑같이 생겼고 가구를 들이지 않는다. 대상이 똑같으니 분 단위로 쪼개진 매뉴얼을 갖고, 완전 규격화해 제공하는 청소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이웃벤처에서 청소 서비스를 제공할 `홈프로`들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교육센터. 이웃벤처 제공] 재구매율 83%…같은 ‘홈프로’가 욕실 청소
호텔리브 서비스는 요즘 트렌드인 매월 ‘구독’으로 이뤄진다. 청소해주는 호텔리브의 ‘홈프로(가사도우미)’들은 매주 혹은 격주로 온다. 처음 화장실을 깨끗하게 만들어 놓으면 다음부터는 호텔이 그렇듯, 깨끗함을 유지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매뉴얼화’ 된 서비스도 그렇지만, 가장 큰 특이점은 매일 방문하는 ‘홈프로’가 같다는 점이다. 고객은 한 번만 특이사항을 요청하면 되고, 매번 다른 가사도우미가 오는 서비스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1호 ‘홈프로’는 김 대표였다.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그때는 준비된 게 많지 않아서 마트에서 파는 도구들 갖고 서비스했고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라며 “글로벌 체인 5성급 호텔들의 하우스키핑 매뉴얼들을 찾아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매뉴얼은 세 가지 스텝이다. 욕실청소는 공간은 작지만 복잡도가 높고, 유리와 플라스틱 등 소재도 다양하고, 하수구·수도꼭지·환풍기 등 기능이 다른 것들도 많다. 물때나 곰팡이, 세제때 등 오염원도 다양해 청소법이 간단하지 않다.
1단계는 ‘스크러빙’이다. 오염물을 대상으로부터 떼어나는 작업이다. 사람의 힘으로 솔과 헝겊으로 문질러야 하지만, 힘이 드니 전동솔을 사용하기로 했다.
다음은 ‘워싱’이다. 분리된 오염물을 하수구로 흘러 보내는 과정이다. 그 후에는 가장 중요한 ‘피니싱’ 작업이다. 이 단계는 물기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물기는 곰팡이나 먼지를 모으고, 물 안의 석회와 각종 미네랄이 자국을 남긴다. 그래서 완벽한 건조를 해야 한다.
김 대표는 “완벽한 건조가 정말 어려운데, 정확한 도구를 찾아내서 매뉴얼을 만들었다”며 “실제로 사용하는 도구들은 국산을 쓰고 싶었지만, 덴마크나 독일 제품이 완벽히 기능을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홈프로들을 육성하기 위해 최근에는 연수원도 만들었다. 완벽히 훈련된 상태로 고객에게 서비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수원은 욕실을 모델하우스처럼 만들어 매주 30명의 홈프로를 배출하게 된다.
김 대표는 “이 서비스가 좋은 일자리의 기회가 될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집 근처의 단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고,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만드는 사람이 셰프 경력이 없어도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내놓는 것처럼, 우리 매뉴얼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호텔리브를 사용해 본 고객은 재구독을 이어가고 있었다. 현재 서울·수도권에 100개 단지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6개월 동안 욕실청소 서비스를 재구매한 고객 비율이 83%였다.
현재는 브랜드 아파트 대단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소규모 단지부터 오피스텔같이 규격화된 곳이면 어디로든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가사서비스, 고정관념 등 문제 있어
우리나라에서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는 많다. 가사서비스는 이미 오래된 서비스로 크게 시장이 형성되긴 했지만 변화하진 않았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동네 직업소개소 등에서 고객과 가사도우미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지금은 그 역할을 O2O(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가 대신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O2O 서비스만 해도 20개가 넘는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미소’ 등이 있다.
보통 이런 서비스들은 고객과 가사도우미가 랜덤으로 만나게 되는데, 처음 만난 고객과 처음 맞닥뜨린 집에서 서비스해야 하는 것이 녹록치가 않다.
김 대표는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로 서비스해야 하는데 만족도가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규격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격화가 가능한 것은 아파트 단지의 모든 세대가 똑 같은 평면도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집에 같은 도구로 정해진 시간 안에 서비스를 제공하니, 같은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가사서비스 시장의 문제는 또 있다. 대부분의 가사도우미들이 개인사업자도 아니고 어딘가에 소속된 직원도 아니다. 법적으로 공식화된 경제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사도우미’라는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도 문제다. 김 대표는 “가사서비스는 5060세 여성이 한다는 고정관념이 처음에 힘들었다”라며 “홈프로는 여성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남성이 하고 있고, 20대부터 40대까지 하고 있다. 호텔 하우스키핑처럼 성별이나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가사서비스가 ‘완전 생계위주의 서비스’라고 했다. 그는 이 분야를 ‘생활 서비스’로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고객들을 관리하는 전문 영역으로 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고객들이 일일이 일을 시키고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요청하면 예상되는 퀄리티를 제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산업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