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을 위해 대신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이야기꾼 설민석이 책을 읽어주고, 전현무는 책을 못(안) 읽는 시청자를 대변한다.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tvN '책 읽어드립니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설민석·전현무·문가영과 정민식 PD가 참석했다.
'책 읽어드립니다'는 읽고 싶어 샀지만 살기 바빠서, 내용이 어려워서 혹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다 읽지 못한 스테디셀러 책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역사 1타 강사에서 국민 역사 선생님으로 사랑받고 있는 설민석은 타고난 이야기꾼의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두껍고 어려운 책을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알기 쉽게 정리해 읽어준다. 전현무·이적·문가영과 전문가들이 죽은 책도 살려내며 시청자들에게 독서의 재미를 일깨울 예정이다.
정민식 PD는 "'어쩌다 어른'을 4년간 진행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책의 중요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설민석과 여러 번 강연하면서 좋은 책 어려운 책을 설민석의 재밌는 화술로 쉽게 전달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거기서 이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작은 것 하나만이라도 가져가면 좋겠다. 1시간 동안 책 한 권을 리뷰하고 재해석하는데 시청자들이 그 중 필요한 부분만 가져가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설민석은 "역사를 하는 설민석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게 관련이 있냐고 질문을 하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오로지 책을 먼저 읽은 책 선배, 최대한 쉽고 재밌게 읽어주는 역할에 머문다. 책의 주제는 전문가가 와서 다양한 견해를 얘기해준다. 저는 책을 읽어주는 역할이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예능의 재미를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강연이나 방송에 임하면서 어떻게 재밌게 할까, 어떻게 웃기게 할까 고민해본 적 없다. 본질에 충실할 때 시청자가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전현무와 이적이 교양으로만 머물 수 있는 이 방송에 예능을 첨가해준다. '선을 넘는 녀석들'보다 깊이 있고 '알쓸신잡'보다는 말랑말랑하다"고 답했다.
정민식 PD는 전현무가 책을 읽지 않는 시청자를 대변하기 위해 해당 주제의 책을 읽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현무는 "책을 읽지 않은 이유가 분명히 있다. 기존 책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책을 알고, 읽어왔다는 걸 전제로 해서 하다 보니 대부분 책을 읽지 않은 시청자가 접근하기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책을 안 읽어도, 앞으로 읽을 생각이 없어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대다수 책을 읽지 않았을 시청자를 대변한다. 책을 안 읽고 왔기 때문에 헛소리도 한다. 다 읽어오면 자칫 우리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 우리만의 독서 토론회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앞으로도 절대로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책은 최대한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작진은 출판계, 서점 운영자, 학계 관계자 등으로 자문위원을 꾸렸다. 또 시청자 추천도 받았다. 정민식 PD는 "이 시대에 가장 실용적일 수 있는 책이 무엇인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설민석은 "많은 시청자가 지적 사치를 누리기 위해 채널을 고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프로그램의 목적은 똑똑하고 많이 아는 사람뿐만 아니라 인문학 소외자나 평상시 책을 잘 못 읽는 사람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대중화하는 것이다. 또 책을 읽어주는 나는 생존을 위해 읽는다. 이 시대는 민주주의의 시대이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똑똑하면 이 나라가 바로 선다고 생각하고, 그 반대면 나라가 망한다. 그래서 생존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