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한국 여자양궁대표팀. 프리랜서 김성태2020 도쿄 올림픽(7월24일~8월9일) 개막이 318일 남았다. 1년 남짓을 앞두고 종목별 월드챔피언십(세계선수권대회)이 한창이다. 올림픽 전초전 격인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심상치 않다. 많은 종목이 속된 말로 ‘죽을 쑤고’ 있다.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올림픽 개최국 일본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26일 유도 세계선수권 남자 66㎏급 결승전에서 김임환이 마루야마 조시로에게 한판패했다. 한국유도는 6개월 자격징계를 받았던 안바울을 대표선발전 없이 발탁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로이터=연합뉴스]한국 유도는 1일 일본 도쿄에서 끝난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없이 은, 동메달 1개씩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16개의 메달(금 5, 은 6, 동 5개)을 수확했다. 그래도 전 종목 석권을 노렸던 일본은 성에 차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2년 연속 노메달에 그쳤다.[로이터=연합뉴스]한국 배드민턴은 참담할 정도다.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2년 연속 노메달에 그쳤다. 단식 5명, 복식 4팀이 출전했지만 4강 진출도 전무했다. 반면 일본은 금 2, 은 3, 동 1로 종합우승했다. 5종목 중 4종목에서 결승에 진출했고, 특히 여자복식은 일본팀끼리 금메달을 다퉜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출전 포인트가 걸린 대회였다. 지난 7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개인혼영 200m와 400m에서 우승한 일본 선수 세토 다이야. [연합뉴스]7월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에서 한국은 김수지(21)의 동메달(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이 유일한 메달이었다. 반면 일본은 금 2, 은 2, 동 2개를 획득했다. 특히 세토 다이야(25)는 남자 개인혼영 200m와 400m를 제패했다.
일본은 27일 카타르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메달을 기대한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남자 400m 계주 팀, 일본 남자 100m 신기록(9초97) 보유자 사니 브라운(20)이 기대주다. 한국은 10일 현재 확보한 세계선수권 트랙앤필드 출전권이 장대높이뛰기 진민섭(27) 한 장뿐이다. 지난달 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한국 남자양궁대표팀. [김성태 프리랜서]문제가 심각한 건 한국의 메달밭이던 종목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금 4개를 딴 양궁(리커브)마저 주춤했다. 6월 세계선수권 개인과 단체전에서 32년 만에 노골드에 그쳤다. 혼성팀(강채영·이우석)만 금 맛을 봤다.
그나마 태권도가 5월 세계선수권에서 배준서(남자 54㎏급)·장준(남자 58㎏급)·심재영(여자 46㎏급)·이다빈(여자 73㎏급)의 금메달(4개)로 종주국 자존심을 지켰다. 펜싱 사브르 오상욱(23)이 7월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어쩌다가 한국 스포츠가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우선 상대가 성장했다. 양궁은 그동안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지속해서 경기 방식을 바꿨다. 이로 인해 변수가 많아졌다. 게다가 한국 지도자들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전력이 평준화됐다. 배드민턴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본은 2004년 박주봉(55) 감독을 영입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은 국가대표 60여명을 A, B팀으로 나눠 운영한다. 반면 한국은 이용대(31)를 이어갈 기대주가 안 보인다. 지난해 11월 감독도 교체했지만, 소용없다.
지난 7월17일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회 문경란 위원장이 5차 스포츠 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스포츠클럽 활성화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특히나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성적 지상주의를 ‘적폐’로 몰아가면서 스포츠계 전반이 방향타를 잃은 함정 같다. 문체부는 1월 "성적 지상주의의 엘리트 체육에서 벗어나겠다”고 발표했다. 현장에선 “갑자기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연착륙 실패는 스포츠계를 혼돈에 몰아넣었다. 도쿄 올림픽을 ‘강한 일본’을 전 세계에 알리는 전기로 삼겠다는 일본과 오버랩 되면서 현장은 더욱 혼란스럽다.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배드민턴 세게선수권대회에서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켄토 모모타. [AP=연합뉴스]재일동포 스포츠 칼럼니스트 신무광씨는 “일본은 1996년 올림픽의 부진(금 3, 23위)을 계기로 선수 육성의 중요성을 느꼈다. 2000년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골드 플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1년 국립스포츠과학센터, 2008년 내셔널트레이닝센터를 세워 중고생을 체계적으로 키웠다. 그 결과가 2012년부터 나왔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내년 도쿄올림픽 목표는 금 30개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의 목표는 소박할 정도다. 신치용 진천 선수촌장은 “한국은 금 5개 등 메달 15개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상당수가 일본과 부딪히는 종목이다. 구기 종목인 축구, 야구, 배구에서 일본과 경쟁한다.
특히 새로 정식종목에 포함된 가라테의 경우 일본이 금메달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자신하는 금메달 후보라고는 여자골프 고진영(24)과 박성현(26), 사격 진종오(40) 정도다. 선수층이 두껍고 경쟁국과 실력 차가 커 1, 2차 국가대표 선발전을 건너뛰고 3차 선발전만 치렀던 양궁도 1차 선발전부터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