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극 '아스달 연대기'는 전례 없는 독특한 편성을 시도했다. 총 18부작을 이야기에 맞춰 세 파트로 나눴고, 이 중 파트3는 '호텔 델루나' 후속으로 따로 편성했다. 시청자에게 파트1·2에서 보여준 세계관을 이해할 기회를 주고, 제작진은 후반 작업 시간을 벌기 위한 결정이었다.
두 달 만에 돌아온 '아스달 연대기'는 선방했다. 8일 방송에서는 7.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파트1 이후 처음으로 7%를 돌파했다.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실험적인 편성에도 '아스달 연대기'를 기다려온 시청자들이 있었음이 증명됐다. 또 두 달의 공백이 과열됐던 비판 분위기를 정리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넷플릭스 등을 통해 '아스달 연대기'를 뒤늦게 접한 시청자가 새롭게 유입되는 효과도 거뒀다.
김원석 PD와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자신한 '영웅들의 대서사시'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이다. 파트3에 대해 "영웅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트1·2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직전의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인물들의 활약을 봐달라"는 김원석 PD의 당부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던 셈.
파트3에서는 다섯 주인공들의 변화된 위치와 달라진 정세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면서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신성한 방울을 찾으며 아사신의 직계 후손임을 증명한 김지원(탄야)과 이를 이용해 아라문 해슬라의 재림으로 인정받은 장동건(타곤), 노예 처지에서 탈출해 아스달로 향하는 송중기(은섬), 장동건을 이용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김옥빈(태알하)까지 서로의 욕망이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명배우들의 매력도 살아나고 있다.
파트1·2에서 제기된 비판과 부족한 완성도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시대 배경에 비해 화려하고 깔끔한 의상이 때때로 몰입을 방해한다. 사전 제작 드라마로 이미 지난 5월 촬영을 마무리한 터라 방송 이후 비판이 쏟아져도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세계관 설명과 캐릭터 설정을 끝내고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훨씬 몰입도가 높아졌다. 은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갚는다는 모모족의 등장이 송중기의 행보에 어떻게 작용할지, 이그트라는 정체가 들킨 장동건의 폭주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는 반응이다.
다만 파트1·2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가 고작 4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게다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남은 4회 동안 잘 매조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장동건·송중기 캐릭터의 대결 구도가 핵심적으로 그려지면서 파트1·2를 보지 않은 시청자도 파트3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지점이 생겼다. 거액을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내기 위해선 콘텐트를 더 제작해야 한다. 잘 마무리하는 것보다 시즌2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