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50)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37위)이 10일(한국시간) 오후 11시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의 쾨펫다그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H조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132위)과 격돌한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대업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이자,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가는 장도의 시작인 중요한 일전이다. 앞서 치른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아쉬운 경기력으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던 벤투호로선 이번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시원한 승리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파격적인 실험을 선보였던 조지아전에 비해,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이상 27·보르도) 등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벤투호가 좋은 모습을 보였던 4-1-3-2 포메이션을 가동할 확률이 크다. 기존 주전이었던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정우영(30·알 사드) 등의 출전이 유력한 가운데 수비에서도 불안함을 내비쳤던 변형 스리백보다 김민재(23·상하이 선화)-김영권(29·감바 오사카) 두 센터백을 중심으로 한 포백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기존 라인업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관심을 모으는 건 역시 수문장 3인의 경쟁 구도다. 벤투호에는 김승규(29·울산 현대)와 조현우(28·대구FC) 그리고 구성윤(25·콘사도레 삿포로) 세 명의 골키퍼가 있는데 그동안 벤투 감독은 김승규와 조현우를 번갈아 기용하며 '넘버 원' 골키퍼 자리를 두고 경쟁시켰다. 이번 9월 A매치 전까지 16번의 경기에서 11번 장갑을 낀 김승규가 단연 주전 경쟁에서 앞서있으나, 김승규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장점을 앞세운 조현우가 있기에 대표팀 주전 골키퍼 자리는 늘 혼전이었다.
이 때문에 2차 예선 시작을 앞두고 치른 조지아전에서 누가 먼저 골키퍼 장갑을 끼느냐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카타르 월드컵까지 이어질 골키퍼 경쟁에서 벤투 감독이 내심 누구를 낙점하고 있는지 가늠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김승규나 조현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한 번도 A매치에 나선 적 없던 서드 골키퍼 구성윤에게 골문을 맡겼다. 결과는 2실점 무승부로 아쉬움이 남지만, 구성윤의 출전 자체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2차 예선 돌입 직전, 중요한 고비에서 김승규 혹은 조현우에게 힘을 실어주기보다 새로운 선수의 기량을 점검했다는 건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컸다.
물론 첫 출전에 성공했다고 해서 구성윤이 주전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골키퍼 경쟁 체제가 단숨에 3파전으로 전환될 가능성 역시 극히 낮다. 일단 조지아전에서 구성윤이 보여준 모습은 벤투 감독의 마음에 100% 들었다고 하긴 어렵다. 데뷔전이었던 탓에 긴장한 모습도 보였고 자잘한 실수도 많았다. 골문에서의 안정감과 후방 빌드업을 풀어나가는 능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구성윤은 90분 동안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김승규-조현우의 경쟁 구도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구성윤을 기용함으로써 몇 가지 효과를 이끌어냈다. 우선 구성윤 본인에게는 꾸준히 노력하면 언제든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안겨줬다. 또 김승규-조현우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듯 했던 경쟁 구도를 가볍게 흔들었다. 결과적으로 구성윤 선발 출전은 골키퍼 경쟁 중인 세 선수 모두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카드였던 셈이다. 벤투 감독이 이들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그 답은 투르크메니스탄전 선발 출전 명단에서 엿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