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결승 진출 가능성을 이어갔다. 극적인 동점 뒤 연장 승부에서 이겼다.
한국은 부산 기장군 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 슈퍼라운드 2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5-4로 승리했다. 0-2로 뒤진 8회말 2사 2·3루에서 상대 3루수의 송구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승부 치기' 연장 승부에서 먼저 2점을 내준 뒤에도 3득점 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해냈다. 결승 진출을 향한 가능성을 이어갔다.
선발투수 소형준이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1회초에는 선두타자 모리 게이토에게 좌전 안타, 다케오카 류세이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 니라사와 유야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해 2루 주자를 묶은 뒤 타자를 아웃 시켰고, 후속 이시카와 다카야는 바깥쪽(우타자 기준) 속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2회도 선두타자 니시 준야에게 좌측 방면 내야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 미야기 히로야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6(유격수)-4(2루수)-3(1루수) 더블플레이로 이어졌다. 기세를 올린 상황에서 상대한 지명 타자 엔도 조는 변화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3회는 삼자범퇴.
그러나 타선의 득점 지원은 없었다.
1회는 제 2의 오타니로 불리는 사사키 로키를 상대했다. 대회 전 오른손 중지 물집으로 인해 첫 등판이 늦었다. 열도를 흥분 시키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선수였다. 그러나 기대보다 위력은 없었다. 속구는 140km 대 후반에 그쳤고 변화구 제구력은 형편 없었다. 한국은 1사 뒤 볼넷으로 출루한 이지찬이 도루까지 성공하며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섰다. 3번 타자 박주홍이 좌익수 뜬공, 4번 장재영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 공격에서 오히려 기세를 올렸다.
일본은 2회부터 우익수로 나섰던 니시 준야를 마운드에 올랐다. 오히려 이 교체가 한국에 불리했다. 제구가 흔들린 사사키가 상대하기 더 나았다. 준야는 좌타자 기준 바깥쪽 승부를 매우 잘 했다. 속구와 변화구 모두 그랬다. 2회는 1사 뒤 나선 신준우가 첫 안타를 쳤고, 폭투로 2루까지 밟았지만 후속 두 타자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3회도 1사 뒤 이주형이 출루한 뒤 이자찬의 기습번트 때 2루를 밟았지만 3번 박주홍이 바깥쪽 속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3회, 이지찬의 기습번트는 실제로 내야 안타였다.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2루수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진 사이 이지찬이 통과했다. 그러나 벤치는 한 번뿐인 비디오판독을 아꼈다. 아쉬운 순간. 4회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선두타자 장재영의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후속 타자 남지민을 활용한 번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병살타까지 나왔다. 0-0 승부가 이어졌다.
5회 공격도 아쉬웠다. 소형준이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선취 득점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선두타자 박민이 안타로 출루했고, 2사 뒤 이주형과 이지찬이 안타를 쳤다. 그러나 일본 우익수의 정확한 홈 송구에 2루 주자가 아웃되고 말았다. 4회에 이어 5회도 선두타자를 후속 타자가 진루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소형준의 무실점은 6회도 이어졌다. 그러나 타선의 침묵은 이어졌다. 결국 먼저 점수를 내줬다. 7회초 1사 1루에서 소형준이 미야기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1·2루에 놓였고, 대타 구마다 도요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느린 타구를 1루수 장재영이 잡지 못했고 2루수 글러브를 맞고 타구 속도까지 줄어든 탓에 2루 주자의 득점을 막지 못했다.
소형준은 후속 타자에게도 빗맞은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두 타구 모두 운이 없었다. 두 번째 실점. 결국 이 상황에서 강판됐다.
두 번째 투수 이주엽은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타선이 7회 공격에서 다시 무기력하게 물러나며 기세가 넘어갔다.
이런 분위기를 최준용이 바꿨다. 8회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1사 만루에서 상대 타자 미야기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침착하게 홈으로 송구해 3루 주자를 잡았고, 포수 강현우도 정확한 1루 송구로 타자 주자를 잡았다.
0-2, 2점 차를 유지한 한국은 '약속의 8회'를 맞이 했다. 그리고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김지찬의 재치가 빛났다. 무사 1루에서 키를 살짝 넘기는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후속 박주홍은 희생번트에 실패했지만 내야 타구로 주자를 진루 시켰다. 4번 장재영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5번 남지민도 3루 방면 땅볼을 치며 공수 교대가 예상된 상황. 이때 일본 3루수 이시카와가 송구 실책을 범하며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최준용은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나선 9회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기세가 한국에 넘어온 상황. 그러나 다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9회말 2사 1·2루 기회를 만든 상황에서 김지찬의 좌전 안타가 나왔지만 좌익수 니시의 정확한 송구에 홈에서 다시 아웃을 당했다. 비디오판독을 썼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승부치기로 돌입했다. 무사를 1·2루에 두고 나선 최준용은 모리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했다. 이 상황에서 투수 교체가 실패했다. 좌완 허윤동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다케오카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래도 타자 주자의 3루 진루는 허용하지 않았다. 깔끔한 중계 플레이로 3루에서 잡아냈다. 허윤동이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2점으로 '승부치기' 첫 수비를 막아냈다.
한국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테이블세터가 1·2루에 나서는 최상의 조건 속에 승부치기를 맞이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행운까지 따랐다. 박주홍이 희생번트에 성공한 상황에서 투수 하야시가 송구 실책까지 범했다. 2루 주자 이주형이 홈을 밟았다.
2·3루에 나선 장재영까지 볼넷으로 출루하며 역전을 앞둔 상황. 바뀐 투수 이케다를 상대한 5번 타자 남지민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후속 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박민이 경기를 끝냈다. 중견수가 쉽게 포구하기 어려운 위치로 타구를 보냈고, 포구는 이뤄졌지만 3루 주자 박주홍이 먼저 송구보다 먼저 홈을 밟으며 5-4, 역전 득점을 해냈다. 한국이 약속의 8회를 지켜내며 한일전을 승리로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