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천지검과 세관 당국에 따르면 이 부장은 1일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여 개를 밀반입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미국에서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 부장은 항공 화물 속에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숨겨 들어오다 공항세관에 적발됐다.
이 부장이 밀반입한 액상 대마 카트리지는 변종 마약이다.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는 SK가 3세 최모(31)씨와 현대가 3세 정모(29)씨가 투약한 것과 같은 종류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액상 대마는 대마 특유의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아 일반 대마초보다 주변에서 흡연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 당국은 이 부장의 액상 대마 밀반입 사실을 적발한 뒤 인천지검에 이를 알렸다. 검찰은 세관으로부터 이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세관 당국은 통상 관세법이나 외국환 및 외국무역 관리법 위반 혐의 피의자를 제외한 마약 사범 등은 검찰에 인계한다.
검찰 조사에서 이 부장은 마약 밀반입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부장은 검찰이 진행한 소변검사에서도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다. 체내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마약을 흡입하면 6개월 후에도 모발에 축적돼 검출된다.
다만 이 부장은 검찰에서 액상 대마를 밀반입한 경위 등을 조사받고 진술서를 작성한 뒤 귀가했다. 신병확보 조치 없이 이씨가 귀가한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통상 수사 기관이 마약밀수 사범을 검거하면 긴급체포·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확보 조치를 한다. 변종 대마 구매 등의 혐의를 받는 현대가 3세 정씨도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 체포된 바 있다. 재판에 넘겨진 정씨는 검찰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받고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부장의 마약파문에 CJ그룹은 당혹해 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할 수 없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어서 당혹스럽다"며 "사태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징계 등 후속 조치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불투명해진 경영권 승계 작업
재계에서는 이 부장의 마약 파문으로 그간 CJ그룹이 쌓아올린 이미지 실추와 더불어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벌가 방계 혈족이 마약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킨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직계 장손이 마약에 손을 대 적발된 것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은 슬하에 장녀 이경후(34) CJ E&M 상무와 이씨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CJ그룹은 '범 삼성가'로 장자승계 원칙을 따르는 만큼 이 부장은 경영 승계 1순위로 꼽힌다.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부장은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후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최근 식품전략기획1팀으로 보직을 옮겼다.
지난 4월에는 이 부장이 CJ지주사 지분 2.8%를 확보하게 돼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작업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부문과 IT부문 법인을 인적분할하고, IT부문을 CJ주식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부장과 이 상무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곳으로, 그룹 경영권 승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됐던 계열사다.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 이 상무는 6.91%를 보유하고 있었다. 재계에서는 이 부장의 CJ 지분율이 2%대로 미약한 가운데 마약 파문까지 더해져 CJ그룹의 승계 구도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SPC그룹은 작년 허모 전 부사장이 마약 혐의로 구속되자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장녀인 이 상무가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번 먀약 스캔들로 경영승계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사업구조 재편 등 향후 CJ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