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에 좋은 밀양연꽃단지. 한국관광공사 제공]어디를 가나 붐비는 여름 휴가철, 밋밋하지만 평온하고 고즈넉한 피서지를 찾고 있다면 경남 밀양을 추천한다. 절과 연꽃 단지를 한 바퀴 산책하고 야경도 보며 여름의 풍광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인 여행지다.
밀양에는 가락국 김수로 왕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만어사가 있다. 오랜 전설을 품은 신비로운 절이다.
좁은 산길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면 작은 절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 건물은 본래의 색을 잃어 천년 고찰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색하지만, 절 아래 크고 작은 돌이 골짜기로 쏟아져 내린 듯한 풍광은 태곳적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먼 옛날 새로 살 곳을 찾아 떠난 용왕의 아들과 그를 따르던 고기 떼가 이곳에 도착해 돌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전설을 뒷받침하듯 경내에는 용왕의 아들이 미륵바위가 됐다는 거대한 자연석을 모신 미륵전이 있다. 절 마당에는 고려 시대에 건립된 보물 466호 삼층석탑이 보인다.
만어사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작은 돌이 있다. 소원을 빌고 돌을 들어 올렸을 때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돌에 진짜 영험한 힘이 깃들어 있을까. 간절한 바람을 담아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다.
밀양에서 저녁에는 영남루의 야경을 감상하고, 이튿날 아침에는 밀양연꽃단지를 산책해 보자.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인 밀양 영남루는 지역민에게 인기 있는 피서지이자 대표적인 야경 명소다.
누각에 앉아 있으면 강바람이 솔솔 불어오면서 한낮의 무더위를 잊게 만든다. 해가 진 뒤 영남루는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환하게 빛나는 영남루와 강물에 비친 반영이 화려했던 과거를 보여 주는 듯하다.
밀양연꽃단지는 7만㎡가 넘는 부지에 백련과 홍련·수련이 가득하다. 특히 여름철에 활짝 핀 연꽃은 화려하면서도 고운 자태로 여행객을 반긴다. 탐스럽게 피어난 연꽃 사이를 걸으며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자.
꽃새미마을에 조성된 참샘허브나라도 아이들과 가 볼 만하다. 한 개인이 20여 년간 성심을 다해 꽃과 나무를 심고 돌을 쌓아 만든 허브 정원은 어느 한 곳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정성이 묻어난 손길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허브 향기를 맡으며 식사하거나 하룻밤 묵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