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도전에 나선 여자 수구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은 2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15·16위 결정전에서 쿠바에 0-30(0-8, 0-9, 0-6, 0-7)으로 패했했다. 한국은 쿠바전 패배로 이번 대회를 5전 전패로 마감하게 됐다.
결성된 지 한 달 반, 말 그대로 '급조'한 팀이다보니 1승은커녕 한 골을 넣기도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팽배했다. 첫 경기 헝가리전에서 0-64 대패를 당하며 이런 예측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경다슬(강원체고)이 사상 첫 골을 뽑아냈고 이후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도 각각 2골과 3골을 득점했다. 마지막 경기서도 골을 노렸지만 경기 종료 직전 최지민(대전가오고)과 권나영(충남체고)의 잇딴 슈팅이 모두 골대를 맞고 나오며 아쉽게 무득점으로 마무리했다.
경기 후 선수들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져있었다. 홍인기, 진만근 코치가 선수들을 토닥이며 "수고했다"고 다독였다. 맏언니이자 주장인 오희지(전남수영연맹)는 "해체하니까, 이제 떨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에 운 것 같다"고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여자 수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해체한다. 개최국 자격으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얻었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 다시 꾸려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희지는 "잠깐이었지만 많이 정들었고, 그래서 속상했던 것 같다. 오늘 경기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지만 골을 더 넣어야한다는 생각도 많았다"며 "마지막 경기다보니 조급한 마음이 없잖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아쉬움 말고는 없었다"고 마지막 경기를 끝낸 소감을 전했다.
코뼈 부상을 안고 있던 오희지는 3쿼터 막판 공에 맞아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공을 가운데서 팍 맞아서 너무 아팠다. 코뼈가 완치가 안된 상황에서 또 맞았더니 말이 안나올 정도로 아프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 동생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질 수 없었던 오희지는 아픔을 참고 다시 경기에 나서 김민주(청원여고)와 함께 끝까지 뛰었다.
한 달 반, 길어야 약 두 달. 그 시간 동안 수구는 오희지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다. 오희지는 "그동안 너무 잘 따라와줘서 애들에게 고맙다. 개인 종목에서 팀을 꾸려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었는데 13명 모두 책임감이 있었다"며 "애들 덕분에 팀워크를 가지고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동생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수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오희지는 팀이 해체한 뒤에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오희지는 "서울, 인천은 클럽팀이 있다. 전남에 내려가서 클럽팀을 꾸려서 마스터즈 대회도 참가해보려고 한다"며 "그러다보면 여자 수구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도전해보려고 한다. 아직 선생님들께 말은 안했다"며 웃었다.
동생들 역시 수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오희지는 "앞으로도 언니가 꾸려갈 거니까, 우리가 팀워크를 자랑했듯이 모이고 싶을 때 모여서 또 하고 싶으면 우리끼리라도 도전해보자.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애정어린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