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는 지난 14일 인천 SK전에서 SK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를 상대로 시즌 19호 아치를 그렸다. 0-1로 뒤지던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놓은 동점포였다. 키움이 결국 경기에 패하면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샌즈는 자신의 시즌 홈런 수를 19개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SK와 주말 3연전에서 홈런 두 개를 보탠 결과다.
동시에 나란히 홈런 1위(20개)를 달리는 SK의 제이미 로맥-최정 듀오를 1개 차로 뒤쫓았다. '집안 경쟁'으로 굳어지는 듯했던 홈런왕 판도에 샌즈가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샌즈는 홈런왕 후보로 거론되지 못했다. 6월에는 최정의 기세를 따라잡지 못했고, 7월 초에는 로맥을 쫓아가기가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7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경쟁자들이 주춤한 사이 샌즈가 홀로 홈런 페이스에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6월에 홈런 퍼레이드를 펼쳤던 최정은 7월 11경기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때려 내지 못하는 슬럼프에 빠졌다. 로맥은 7월이 시작하자마자 4경기 연속 홈런을 몰아쳐 공동 1위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7경기째 다시 침묵하고 있다. 샌즈는 그런 그들을 차근차근 따라잡았다. 지난 9일 kt전에 이어 12·14일에도 홈런이 이어지면서 5경기에서 징검다리로 홈런 3개를 보탰다. 그야말로 맹추격이다.
그런 샌즈를 바라보는 키움은 그저 흐뭇하다. 지난 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 타자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샌즈는 올해 키움과 인센티브까지 포함해 총액 50만 달러에 사인했다. 하지만 팀 공헌도만큼은 100만 달러 외국인 타자들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샌즈는 올 시즌 벌써 83타점을 올려 타점 1위를 달린다. 이 부문 2위인 김하성(키움·71타점)과 격차도 크다. 득점 역시 68점을 쌓아 1위 김하성(79점)에 이은 리그 2위. 장타율도 리그 전체 1위(0.583)고, 출루율(0.408)까지 4위를 지킨다. 여러모로 흠 잡을 데 없는 중심타자다. 붙박이 4번 타자 박병호가 손목 부상으로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키움이 흔들리지 않고 2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는 비결이다. 키움 관계자는 "샌즈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모범적이고 밝은 태도로 팀 분위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고 귀띔했다.
샌즈는 여러모로 키움과 잘 어울리는 외국인 선수다. 값비싼 선수를 외부에서 끌어들이는 것보다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유망주를 발굴해 정상급 선수로 키워 내는 데 집중해 온 팀 컬러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두 번째 시즌 만에 놀라운 성장세로 리그에 안착한 샌즈가 이제 '타자의 꽃'인 홈런왕까지 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