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지배한 걸작 '기생충(봉준호 감독)'을 넘어 디즈니의 영향력으로 기세등등한 외화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지만, 극장가 최대 성수기라 불리는 여름시장을 놓칠리 없는 한국 영화다. 올 여름엔 24일 개봉하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를 기점으로 31일 '사자(김주환 감독)', '엑시트(이상근 감독)', 8월 7일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까지 총 4편의 대작이 출격한다. 각 배급사마다 물밑 작업은 시작됐고, 업계 입소문부터 잡기 위해 각자의 방법대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식 홍보도 시작됐다. 개봉 수순에 따라 지난 달 25일 송강호·박해일·전미선 '나랏말싸미', 26일 박서준·안성기·우도환 '사자', 27일 조정석·윤아 '엑시트' 그리고 3일 유해진·류준열·조우진 '봉오동전투' 팀이 제작보고회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를 소개했다. 폭풍전야나 다름없는 한 주 담금질을 15일 '나랏말싸미' 부터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된다. 17일 '엑시트'에 이어 22일 '사자'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사전 반응은 강자도 약자도 없다. 좋은 의미인지 그 반대의 의미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다만 최고 보다는 최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5월 개봉작 '알라딘'이 기적의 1000만 영화에 등극, '기생충'이 990만 명을 넘어서며 1000만 관객에 육박한 만큼 올 여름시장은 사실상 6월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객들은 줄줄이 개봉한 명작의 향연을 흡족하게 즐겼고, 이슈와 화제성도 이미 떠들석하게 치렀다. 그만큼 진짜 여름 극성수기를 노리고 개봉하는 작품들에 대한 기대치는 예년만 못한 것이 맞다.
하지만 늘 그러했듯, 흥행의 신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작품에 손을 내밀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전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영화마다 자신하는 관전 포인트도 꽤 흥미롭다. 따지고 보면 '알라딘'도 개봉 초에는 기대작이 아니었다. 단 한 편도 겹치지 않는 장르적 매력, 안성기·송강호부터 박서준·류준열까지 현 영화계를 이끄는 신구세대가 총 출격한다는 지점은 흥행에 앞서 다양성 도전에 대한 의미를 더한다. "어차피 1위는 '라이온킹'"이라는 예측을 뒤집어 엎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나랏말싸미' 5000만 팬덤 세종대왕=송강호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늘날 물과 공기처럼 쓰고 있는 한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나랏말싸미'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든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뜻을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선한 재미와 묵직한 감동으로 전한다.
이순신에 이어 5000만 국민 팬덤을 이끄는 세종대왕의 이야기에 관심도는 상당하다.
사극 장르에 정통한 조철현 감독은 "5000년 역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했다. 15년 전부터 훈민정음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 사이에 신미 스님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하는 훈민정음이 왜 비밀 프로젝트였는지, 비밀스러운 상황이 궁금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송강호가 세종대왕, 박해일이 신미스님, 전미선이 소헌왕후로 분해 열연했다. 세 사람은 16년 전 '살인의 추억'에 출연했던 인연으로 추억 소환도 함께 한다.
'나랏말싸미'는 당초 송강호가 선택한 작품으로 기대감을 높였지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故) 전미선의 유작이 되면서 주목도의 방향성은 다소 달라졌다. '나랏말싸미' 측은 시사회를 제외하고 인터뷰 등 모든 대외 홍보 활동을 축소, 화제성보다 진정성으로 애도의 뜻을 표할 전망이다.
개봉 전 휘말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소송도 긍정적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한글날이 아닌 여름 개봉이, '라이온 킹'과 '사자' '엑시트'의 중간에 딱 걸쳐진 개봉 결정이 어떤 결과를 자아낼지도 주목된다.
화제성 ★★★★☆ 긍정적 화제성은 아니지만, 사전 이슈는 충분했다. 궁금증 ★★☆☆☆ 영상 교과서만 아니길 기대치 ★★★☆☆ 세종대왕, 한글, 그리고 송강호가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