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회 칸]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 "韓영화 100주년, 큰 선물 받았다"[일문일답]
등록2019.05.26 10:30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최초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에 칸 영화제가 큰 선물을 줬다"는 소감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25일 오후 10시 4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세계 각국의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봉준호 감독 답게 솔직하고 유쾌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또 봉 감독은 "한국영화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그만의 '큰 그림'을 밝히기도 했다.
'기생충'은 오후 7시 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72th Cannes Film Festival)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봉준호 감독이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래 최초의 수상이기도 하다.
이하 봉준호 감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정말 놀라운 영화였다. 한국적인 영화라고 이야기했지만, 모두가 '기생충'을 좋아했다. 왜 한국적이라는 표현을 썼나. "엄살을 미리 떨었다. 그 말을 처음 한 곳이 한국 기자회견이었다. 칸 영화제를 통해 해외에 먼저 소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끼리 '킥킥'거리며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한 말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이고, 가족의 이야기이기에 전세계 보편적으로 이해될 것이란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다."
-황금종려상을 탄 최초의 한국 감독으로서, 다른 한국 감독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마침 올해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
-포스터에 검은색으로 등장인물들의 눈을 가린 의미는 무엇인가. "모르겠다. 디자이너가 만든 것인데 그는 조금 다크한 사람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이기도 한,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장르영화의 쾌거다. 장르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고마운 질문이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내가 해오던 작업을 계속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장르의 법칙을 이상하게 부수기도 하고, 장르를 이상하게 뒤섞거나 여러 가지 유희를 만들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장르영화 감독인데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 것이 스스로도 실감나지 않는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라고 해 더 놀랍다. 장르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자 팬으로서 굉장히 기쁘다."
-봉준호 감독의 진화라는 평을 받는다. 봉준호 유니버스에서 '기생충'은 어떤 의미인가. "유니버스라고 하면 마블 영화 하시는 분들이 잘 알 것 같다.(웃음) 이것은 일단 나의 일곱번째 영화이며, 또 여덟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외신에서 '봉준호가 곧 장르'라는 말을 해줬는데, 가장 감격스럽고 듣고 싶었던 코멘트였다."
-북한 정치와 관련된 장면을 넣은 의도는 무엇인가. "한 여성 캐릭터가 북한 TV 뉴스 앵커를 흉내내는 장면이 있다. 정치적으로 심각한 메시지라기보다 영화적 농담이다. 한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하는 분들이 그러한 소재를 많이 쓰기도 한다. 한국인이게는 익숙한 유머다."
-어떻게 영화에 접근하고 여러 가지 장르를 혼합하나. "시나리오를 쓸 때 장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는다. 인물과 사건을 막 쓴다. 나는 항상 커피숍에서 시나리오를 쓰는데, 내가 쓰고 있는 이 장면이 어떤 장르적 분위기인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영화를 다 찍고 완성하고 나면 나도 고민해 본다. 단 한 작품 예외가 있었는데, '괴물'이었다. 나는 원래 몬스터 영화를 싫어했다. 1시간 30분 동안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을 기다려야 하지 않나. 나는 30분 만에 괴물을 등장시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와 연결고리가 있나. "이번 영화에서는 큰 연결고리가 없다. '하녀' 김기영 감독과 히치콕 영화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국영화 100주년에 의미 있는 일이 만들어졌다. 이 수상이 한국영화사에 큰 흐름을 만들 것 같다.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관심을 받게 됐지만, 내가 어느날 갑자기 한국에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 김기영 감독님처럼 역사 속 위대한 한국감독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돌이켜볼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길 바란다. 장예모나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 등을 능가하는 한국영화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