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대기업들이 '컨세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컨세션이란 공항 등 다중 이용 시설에 다수의 식음료 브랜드를 유치해 운영 및 관리를 하는 사업 형태를 말한다. 기존에 식품 대기업들은 공항 위주로 컨세션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호텔은 물론이고 병원·야구장 등에도 진출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외식 사업이 주춤하자 식음료 위탁 운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호텔 맛집도 우리가 책임진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 식품 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이달부터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라마다앙코르 정선호텔의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비바체'를 위탁 운영한다고 밝혔다.
라마다앙코르 정선호텔은 세계 최대 호텔 체인 중 하나인 윈덤그룹에서 운영하는 4성급 호텔이다. 467개의 객실과 연회장 등을 갖추고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뷔페 레스토랑 비바체는 호텔 2층에 560㎡(약 170평) 규모로 들어선다.
또 현대그린푸드는 오는 6월부터 라마다앙코르 대전호텔에서도 뷔페 레스토랑 운영과 연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확장으로 현대그린푸드는 5개의 특급 호텔에서 컨세션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현재 자체 호텔 레스토랑 브랜드 에이치가든을 통해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과 대구 그랜드 호텔의 메인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 양평의 블룸비스타에서는 호텔 스카이 라운지·레스토랑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케이터링 서비스와 식자재 소싱 역량을 더해 프리미엄 컨세션 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현대그린푸드는 복수의 호텔과 컨세션 서비스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린푸드가 일반 컨세션 사업과 달리 호텔 컨세션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특화 사업군으로 신규 업체의 진입 장벽이 높고 장기간 서비스 품질 검증을 거쳐야 한다. 대형 호텔뿐 아니라 F&B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호텔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대형 병원 푸드코트도 눈독
식품 대기업들은 호텔 외에도 병원·축구장 등으로 컨세션 서비스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아워홈은 푸드홀 브랜드 '푸드엠파이어'를 앞세워 병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서울 마곡에 위치한 이대서울병원과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 푸드엠파이어를 잇따라 오픈했다. 이미 신촌세브란스 병원과 창원 파티마병원 식당가를 운영하는 아워홈은 이번 확장으로 4개의 병원 컨세션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새롭게 선보인 푸드엠파이어 매장은 기존 병원 컨세션에서 선호도가 높았던 한식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구성했다. 더 다양한 메뉴 제공을 위해 외부 브랜드도 함께 운영한다. 또 병원 고객 특성을 고려한 저염·저글루텐 메뉴를 구성해 선택의 폭을 다양화했다.
이 밖에 휠체어를 탄 고객을 위한 배려석을 마련하고, 줄 서지 않고도 주문 가능한 'A1 스마트오더(모바일 주문)'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편의를 강화했다. 알레르기 등 특이 식이 체질 고객을 위한 메뉴 추천 서비스 '체크잇'도 이달 안에 오픈할 예정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기존 신촌세브란스점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푸드엠파이어 병원 컨세션 2곳을 추가로 열게 됐다”며 “휠체어 배려석·체크잇·병원 특화 메뉴 이외에도 병원 내 매장 특성을 살려 고객 니즈를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야구장·축구장에 이어 휴게소도
신세계푸드는 최근 GS스포츠와 계약을 맺고 프로축구 FC 서울이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스카이박스와 스카이 펍 등 식음 매장의 운영을 시작했다.
스포츠 컨세션 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축구·야구 경기장에 위치한 식음 매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앞서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7년부터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의 식음 매장을 운영하며 매년 80만 명 이상 찾는 야구장에서 스포츠 컨세션 사업의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경기 관람과 함께 먹거리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여성과 가족 단위 관중이 꾸준히 늘면서 문화와 음식을 동시에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휴게소에서도 맛집을 찾고 시간을 보내는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특색 있는 휴게소 컨세션 매장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위치한 시흥하늘휴게소가 대표적인 곳으로 다양한 식음료점이 들어와 있다. 이곳은 풀무원과 SPC가 함께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오는 7월 계약이 만료되는 가평휴게소 컨세션 사업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평휴게소는 춘천과 서울 중간에 위치한 서울~양양고속도로 휴게소로 전국 휴게소 매출 2위 규모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이곳을 운영하며 연간 매출 100억원을 훨씬 넘는 ‘알짜 컨세션’으로 떠올랐다.
입찰 경쟁에는 CJ프레시웨이·SPC 등이 참여 중이다. CJ프레시웨이는 가평휴게소 수주 시 10년 계약 기준 연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 휴게소에서 가장 매출이 큰 곳은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로 연 매출 560억원이다.
해마다 커지는 시장
이처럼 식품 대기업들이 저마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는 포화 상태에 이른 단체 급식의 성장성 한계 극복을 통해 시장을 더 넓히기 위해서다.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쇼핑몰·병원·호텔·공항 등 다중 이용 시설 내 식음료 시설 내 운영권을 수주하면서 컨세션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컨세션 사업은 많은 유동인구와 함께 접근성이 좋아 특수 상권으로도 불리며 안정적인 매장 운영도 가능하다.
시장 전망도 밝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컨세션 시장은 2009년 2조3000억원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4조원을 훌쩍 넘겼다. 올해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잇따른 대기업의 컨세션 시장 진출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컨세션 사업이 입찰을 통해 정해진 기간만큼만 운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자짓 중소기업이 자신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매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도 다음 입찰을 통해 대기업에 경영권을 뺏길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을 주도하던 중소기업 컨세션 시장에서 수익성이 높게 나타나기 시작하자 대기업들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자본력과 식자재 유통에서 유리한 대기업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면서 중소기업의 입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